우유 주사, 프로포폴
“1, 2, 3….”
나는 프로포폴이 들어가는 순간부터 마음속으로 숫자를 세기 시작했고, 12가 마지막이었다. 그리고 기억을 잃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찌뿌둥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몸이 개운했고, 꿈도 꾸지 않았다. 도대체 나는 얼마나 잠이 든 것일까? 4시간? 6시간? 나는 회복실 침대에 누운 채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벽에 걸린 시계가 보였다.
9시 20 분?!
믿을 수 없었던 나는 두 눈을 비비며 다시 한번 시계를 보았다. 9시 20분이 맞았다. 이상했다. 나는 내시경을 위해 9시 5분에 프로포폴 주사를 맞았는데 겨우 15분밖에 지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몸은 마치 몇 시간을 푹 잔 것처럼 가벼웠다. 신비한 경험이었다.
대개 시술이나 수술이 끝나면 더 이상 프로포폴을 쓸 일이 없다. 하지만 약에서 깬 후 몸이 개운함을 느낀 일부의 사람이 프로포폴을 찾는다. 병원에서 계속 특정 시술을 받거나 아니면 처음부터 프로포폴만 맞으러 오는 것이다(심지어 나는 프로포폴을 맞기 위해 내시경 검사를 받으려고 병원을 돌아다니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더군다나 ‘연예인 프로포폴’ 사건 전에는 프로포폴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었고 위험성이 잘 알려져 있지 않아서 이런 일이 비교적 흔했다. 결국 한국에서 프로포폴 중독이 문제가 되자 정부는 2011년 세계 최초로 프로포폴을 마약류로 지정해 관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내가 일하는 병원만 해도 종합병원이라서 하루에도 20 명이 넘는 환자가 프로포폴을 맞고 내시경 검사를 받는다.
수많은 사람들이 프로포폴을 맞는데
왜 하필 연예인이 자주 중독되는 걸까?
많은 연예인은 살인적인 스케줄에 시달린다. 하루 24시간으로 부족하다. 밥도 제대로 먹을 수 없다. 늘 피곤하지만 대중 앞에서는 밝은 표정으로 웃어야 한다. 잠이라고는 이동할 때 차 안에서 불편한 자세로 자는 쪽잠이 전부다. 거기에다가 이대로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기억에서 잊힐까 두렵다. 만성적인 수면 부족에 불안, 초조로 잠에 잘 들 수가 없다. 이런 상태에서 10~20 분만 자도 마치 몇 시간을 잔 것 같은 효과를 내는 약이 있다면 어떨까? 그게 바로 일명 우유주사, 프로포폴이었다.
연예인은 미용 시술이나 성형 시술을 받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다 보니 프로포폴을 접할 기회가 일반인보다 훨씬 많다. 한 연예인은 피하지방을 제거하는 카복시 테라피와 보톡스 시술을 받으면서 프로포폴을
처음 접한 후 6년간 무려 410회를 맞았다.
잠을 잘 못 자서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날엔 가끔 생각난다…
[마약 하는 마음, 마약 하는 사회] 42 페이지 중 발췌
그런데 과연 연예인들만 문제였을까?
프로포폴과 마약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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