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와 마약
한 때 악마의 수면제라 불리는 '졸피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다이어트 마약 '펜터민', 각종 신경 안정제에, 우유 주사 '프로포폴', 마취제이지만 약한 용량에서는 환각효과가 있어 LSD, 엑스터시와 함께 '클럽 마약'인 케타민, 마약성 진통제인 페치딘과 옥시콘틴, 거기다 최근 미국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죽음의 마약 '펜타닐'.
가정의학과 의사이자, 호스피스 환자까지 보았던 나는 위에 나오는 모든 약을 사용해 보았다. 물론 의학적으로 사용이 필요한 환자에게. 그럼 누가 마약을 할 가능성이 가장 높을까? 재벌 3세? 연예인?
기자들이 조회수를 끌려고, 유명인만 집중적으로 보도해서 그렇게 느껴질지 몰라도 마약을 가장 많이 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
무직인 사람이 가장 많다.
마약을 하니 가난해지고, 가난하니 마약을 한다
<마약 하는 마음, 마약 파는 사회> p.96
그다음은 회사원, 노동자, 학생 순으로 평범한 이들이 가장 많이 하며, 예상과 달리 연예인은 얼마 되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에는 숨겨진 함정이 있다. 의료인이다. 우리나라 법상 마약은 향정신성 약물을 포함하는데, 향정신성 약물에 가장 가까이 있는 이들이 바로 의료인이다.
향정신성 약물을 포함한 마약을 하는데 가장 절대적인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접근성'이다. 그리고 의료인 옆에는 항상 약이 있다.
프로포폴이 한창 심각한 문제일 때(2010년대 초반) 나온 논문이다. 프로포폴 관련 사망자 36명 중에 환자는 치료하다가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으로 목숨을 잃었다고 해도, 나머지 11명은 모두 의료진이거나 병원과 관계된 사람이었다. 이 11명은 프로포폴에 가장 접근하기 쉬우며, 프로포폴을 가장 많이 쓰는 이였다.
의사, 그중에서도 마취제의 부작용과 위험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마취과 의사가 마약과 마취제에 의한 사망 가능성이 제일 높았다.
"그게 거기 있어서요.(Because it is there)"
영국의 유명한 등산가 조지 말로리에게 한 기자가 왜 에베레스트에 오르냐고 묻자 그가 한 말이었다. 그는 1924년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등반하려다 실종되었다. 그리고 75년 후인, 1999년 5월 1일 그는 에베레스트 북동릉 8,138m 지점에서 발견되었다. 물론 사망한 채로.
의사라면, 그 누구보다 "거기 있는 그것"을 조심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브런치에 글을 적게 올렸던 이유가 바로 이 책을 쓰느라 바빠서 그렇습니다. 드디어 나왔습니다.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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