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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리의사 Jan 09. 2023

도로시와 히틀러

마약에 빠진 두 인물

 1939년 영화 <오즈의 마법사>는 대히트를 쳤다. 배경음악인 <Over the Rainbow>는 지금 들어도 심금을 울리며, 주인공인 주디 갈란드는 17살에 세계적인 스타에 등극했다.

 그녀는 성공했지만, 불행했다. 당시 영화 제작사인 MGM은 노골적으로 성접대를 요구했고, 그녀의  어머니는 자신의 딸에게 성공을 위해서라며 그에 적극적으로 응했다. 그것도 <오즈의 마법사>를 찍기 전부터.

  거기다 10대인 그녀가 긴 촬영에 힘들어하자, 당시 제작사는 지금은 마약이지만 그 당시에는 각성제로 쓰던 매스 암페타민, 일명 히로뽕(필로폰)까지 먹여가면서 억지로 촬영을 했다. 중추신경 흥분제인 히로뽕은 사람을 극도로 흥분시켜, 피로와 잠을 쫓기 때문에 코카인과 함께 각성제로 당시에는 꽤나 널리 사용되고 있었다.

 하지만 약을 끊으면, 엄청난 피로와 함께 각종 금단 증상이 몰려오기에 잠이 들기 위해서는 수면제를 복용해야 했다. 그러니까, 안 자기 위해서 각성제와 자기 위해서 수면제를 복용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녀가 약물 중독이 된 것은 피할 수 없는 길이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마약에 대한 심각성이나 금기, 표준화된 용량 등이 없어 의사가 임의로 투약을 결정하고 양을 조정할 수 있었다. 처음에 히틀러는 축농증을 치료하기 위해 안약으로 코카인을 투여하다 코로 직접 흡입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코카인도 주기적으로 맞기 시작했다. 코카인은 사람을 흥분시켜 활력이 넘치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예로부터 오랜 시간 일하는 농장의 노예부터 월스트리트의 투자자들이 자주 애용하곤 했고 우울증의 치료제로도 이용했다. 히로뽕인 메스암페타민은 세계 2차 대전 당시 초콜릿과 섞여 전차초콜릿이라는 별명이 붙었는데 전차 승무원이나 폭격기 조종사, 유보트 승무원들이 자주 복용했다.

 


<히틀러 뒤의 머리가 없는 인물이 히틀러에게 마약을 투여한 의사, 테오도어 모렐이다>

  히틀러의 아침은 주치의인 모렐이 그에게 그날 분 각성제를 투여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마약이 일상이 된 것이다. 그 외에도 히틀러는 수시로 신경성 복통을 호소했는데 그럴 때는 아편계 약물인 모르핀을 맞았다. 마약이긴 하지만 아편은 통증에 효과적이어서 오늘날에도 암 환자에게 주로 사용된다. 각종 마약을 마음껏 투여했던 모렐이 왜 ‘구식 치료법에 얽매이지 않는 의사’로 불렸고, 지저분한 외모에도 베를린 번화가인 쿠담 거리에서 VIP 진료를 할 수 있었는지 추측할 수 있다. 결국 히틀러는 하루에만 주치의인 모렐 박사가 처방한 28가지의 알약을 먹고, 전쟁을 치르는 동안 모두 90가지의 약을 복용했다.

                                                        

                                                        -양성관, <히틀러의 주치의들> 242p, 드러커 마인드(2023)-

   

 

<오즈의 마법사>에 이어 <뉘른베르크 재판> 등으로 이어지는 가수와 배우로서 그녀의 삶은 화려했지만,

성접대와 약물중독에 신경쇠약과 자살 시도까지 인간으로서의 삶은 황폐했다.

 

  Somewhere over the rainbow, way up high
(무지개 너머 어딘가에, 훨씬 높은 곳에).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는 토네이도에 휩쓸린 후,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주디 갈란드에게  "무지개 너머의 그곳"은 없었다. 5번의 결혼과 4번의 이혼 끝에 1969년 6월 22일 런던의 허름한 자택에서 죽은 채 발견되었다. 사인은 '약물과다'였다.

 

 마약과 같은 히틀러에게 취한 독일 국민의 결말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히틀러에 모든 것을 걸었던 독일 국민들은 대가를 치러야 했다. 인구 8,000만의 독일은 전체인구 10%에 해당하는 800만 명의 사상자를 남겼다... 독일 국민은 모든 것을 묻은 채 새로 시작해야 했다. Stunde Null, 즉 0시로 돌아갔다.

 

                                                     -양성관, <히틀러의 주치의들> 251p, 드러커 마인드(2023)-

 

그녀는 할리우드의 상징인 동시에 할리우드의 희생자였다. 그럼 히틀러는 무엇이었을까?


1. 주디 갈란드의 피폐한 삶은 영화 <주디>를, 히틀러와 독일 국민에 대해서는 책 <히틀러의 주치의를> 참고 하시면 저자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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