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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리의사 Sep 16. 2023

약이 없다는 거짓말

하이 리스크, 로우 리턴 

 https://n.news.naver.com/article/025/0003307744?sid=102

 

 최근 약이 품절되어 구하기 어렵다는 뉴스가 나왔다. 대표적인 것이 아이들의 해열제로 쓰이는 부루펜과 변비약인 듀파락 시럽이었다. 나는 진상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약을 구하러 갔다. 가장 먼저  병원 앞 약국에서 그 구하기 힘들다는 변비약인 락툴로오스 농축액을 즉시 구할 수 있었다. 


 '어? 약 품절이라고 했는데.' 


 그리고  아이들에게서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해열제인 부루펜 시럽을 구하러 이번에는 편의점에 들렀다. 약국과 병원에서 구하기 어렵다는 뉴스와는 전혀 다르게 집 앞 편의점에서 즉시 구할 수 있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약에는 두 가지가 있다. 먼저 의사가 처방하여, 약국에서 약을 주는 <전문 의약품>. 전문 의약품의 경우, 약 가격은 일방적으로 국가가 정한다. 이와는 반대로 의사의 처방 없이 약국이나 편의점에서 살 수 있는 <일반 의약품>도 있다. 일반 의약품의 경우 가격은 제약회사가 정한다. 그러니까 시장 가격이다. 


  부루펜이나 변비약인 락툴로오스 시럽의 경우, <전문 의약품>은 품절이거나 구하기가 어렵지만, 똑같은 성분으로 만든 <일반 의약품>인 경우 얼마든지 구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약이 구하기 어렵다는 말은 거짓이었다. 약을 만들 제약 회사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우리나라에는 200개가 넘는 제약회사가 난무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전문 의약품>만 품절인 것일까?  

 최근에 인도에서 만든 감기약이나 중국에서 만난 특정 일부 약에선 문제가 있어서 국가가 약의 품질 단속이 심해진 경향이 있긴 하다. 하지만 그건 단순히 해열제나 변비약 말고도 모든 약에도 해당된다. 핵심은 가격이었다. 부루펜 시럽의 경우, <전문 의약품>인 경우 국가가 1ml에 10원으로 정해놨지만, <일반 의약품>은 제약회사가 1ml에 100원으로 정해 같은 약의 가격이 10배가 차이 난다. 변비약의 경우도 <일반의약품>의 경우, 1회 복용량인 15ml 경우 <전문 의약품>인 경우 150원이지만, <일반 의약품>인 경우 1000원으로 제약 회사의 입장에서는 같은 약을 <전문 의약품>이 아니라 <일반 의약품>의 경우 6.7배 비싸게 팔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약, 다른 가격>

  제약 회사 입장에서는 같은 약을 <전문 의약품>으로 팔면, 수익은커녕 적자이지만, <일반 의약품>으로 팔면, 6.7배에서 10배 높은 가격으로 팔 수 있기 때문에 똑같은 약을 <전문 의약품> 대신 <일반 의약품>으로 판다. 그 결과, <전문 의약품>은 부족하고, <일반 의약품>은 넘쳐난다. 


 그러니까 지금의 특정 약 품절 문제의 핵심은 가격, 결국 돈의 문제다. <전문 의약품>은 약 가격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낮게 정해 놓았기 때문에 제약회사가 생산을 줄이거나 더 이상 생산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약 품절 사태를 해결하려면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재 200개의 제약회사를 1000개로 늘리면 손해를 보고 <전문 의약품>을 판매하는 회사가 늘어날까? <전문 의약품>보다 가격이 10배 비싼, <일반 의약품> 가격을 국가가 10분의 1로 낮추면, 제약회사가 울며 겨자 먹기로 <일반 의약품> 대신 <전문 의약품>을 만들까? 


 해결은 간단하다. 국가가 일방적으로 정한 <전문 의약품>의 가격을 올려주면 된다. 


 의사가 부족하다고 난리다. 국가는 이에 의대정원을 늘리고, 심지어 공공의대를 짓겠다고 한다. 국가가 일방적으로 가격을 정하는 <전문 의약품>필수의료(바이탈), 시장이 가격을 정하는 <일반의약품>=미용, 성형이라고 보면, 해법은 간단하다. 필수의료(바이탈)는 국가가 가격은 물론이고, 심지어 침대 면적까지 정한다. 거기다 결과가 나쁘면, 어마어마한 금전적 배상은 의사가 범죄자가 된다. 위험은 높은데, 수익은 낮아 아무도 하지 않는 것이 필수의료(바이탈)의 현실이다. 


 약(의사)이 없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사실 약(의사)은 넘쳐난다. 전문의약품(필수의료)이 없을 뿐, 일반의약품(미용, 성형)은 경쟁이다. <하이 리스크, 로우 리턴>에는 멍청이 말고는 아무도 뛰어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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