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의사의 오진?!

-의사의 병원 여행기 1편-

by 빛나리의사

왼쪽 눈에서만 눈물이 흘렀다. 이상했다. 거기다 왼쪽 눈을 누군가 손으로 쥐어짜는 것 같았다. 일단 의사로서 나 자신을 진찰했다. 오른쪽 눈을 가렸다. 시야가 이상하거나(사물이 파도치거나, 검은 커튼, 검은 점 등이 보이는 경우), 시력이 갑자기 저하되면 즉시 안과로 가야 했다. 다행히 응급상황은 아니었다. 각종 원고와 글을 쓴다고 눈을 혹사하기도 했다.

'쉬면 괜찮겠지.'

보통 때보다 일찍 잤다. 하지만 자고 일어나도 계속 눈이 아프고, 눈물이 흘렀다.

‘머리 때문인가?’

구역이나 구토, 빛에 대한 이상은 없었기에 편두통일 가능성은 낮았다. 하지만 머리가 아프다기보다는 정확히 눈만 콕 집어서 아팠다. 머리에 띠를 두른 것처럼 아픈 긴장형 투통도 아니었고, 얼굴을 침범하는 삼차신경통 치고는 통증이 약했고, 범위가 좁았다. 잘 때를 빼고는 계속 아팠기에 짧은 시간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군발성 두통과도 통증 양상이 달랐다.

스크린샷 2024-05-11 162026.png <부위에 따른 두통 출처: https://www.ilajak.com/en/blog/common-headache-types>


‘뭐지?’

48시간이 지나도 효과가 없었다. 일단 눈이 아프니 안과부터 가기로 했다.

“알레르기예요.”

<알레르기 결막염: 출처 위키미디어>

안과 선생님은 내 두 눈을 보자마자, 확신에 찬 말투로 말했다. 내 눈을 찍은 사진까지 보여주었다.

“여기 cobble stone(자갈 모양) 보이시죠? 알레르기 결막염의 전형적인 소견이죠.”

내가 의사인 걸 아는 안과 선생님은 전문 용어로 설명해 주셨다. 오랜만에 듣는 cobble stone이었다. 어렴풋이 의과대학 다닐 때 들었던 용어가 기억났다.

“먹는 약과 안약 드릴 테니까, 며칠 안에 좋아지실 거예요.”

예전에도 몇 번 알레르기 결막염으로 고생을 한 적이 있었다. 가렵고 불편했지만 이렇게 아프지는 않았다. 그래도 의사 선생님의 확신에 찬 말투와 더불어, 누가 봐도 전형적인 알레르기 결막염 소견이었다.

항히스타민제와 스테로이드를 먹고, 안약으로 부지런히 눈에 넣었다. 수요일 병원에 다녀왔는데, 금요일이 되어도 깨끗하게 낫지 않았다. 처음 통증이 10점 만점에 7점이었다면, 줄긴 줄었지만 4~5로 유지되었다. 주말이 지나서도 아픔은 가시지 않았다. 다시 한번 안과에 갔다.


선생님, 여전히 눈이 아파요.

안과 선생님은 오른쪽 눈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눈 속에 나도 알지 못한 속눈썹이 박혀 있었다. 안과 선생님은 긴 시간을 들여 속눈썹을 제거했다. 그리고 왼쪽 눈은 잠시 확인했다.


“선생님, 죄송하지만 제가 아픈 건 왼쪽 눈인데요.”

“알레르기예요. 좋아지실 거예요.”


같은 약을 처방받았다. 하루 푹 쉬고 자고 일어났지만 통증은 그대로였다. 거기다 좌측 머리 두피 전체가 미세한 전류가 흐르는 듯 찌릿찌릿거렸다. 대상 포진의 경우, 수포가 있어야 했다. 나는 머리카락이 없길래, 수포를 놓칠 일도 없었다. 두피는 깨끗했다. 찝찝했다.


눈은 <안과>에서 정상이면, 다음은 <신경과> 문제다. 두 번째로 안과를 다녀온 다음 날, 외래가 한가한 오후 시간에 나는 신경과 선생님에게 갔다. 내 통증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했더니, 신경과 선생님도 나처럼, 고민하는 표정이었다.


“전형적이지 않네요. 군발성 두통도 아니고. 동맥류(혈관이 풍선같이 부풀어 오르는 질병, 터지면 지주막하 출혈로 급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가 시신경을 누를 가능성도 있지만, 낮아 보이고."

"그러게요."

"혹시 모르니까, MRI 찍어보실래요?"


대학병원에서 같이 인턴을 하던 형이 지주막하 출혈로 급사하여 얼마 전 장례식에 다녀왔던 기억이 떠올랐다. 나 또한 ‘혹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게 좋은 거니까, 정상인 것을 확인한다고 치고 MRI(뇌실질)+MRA(뇌혈관)를 촬영하기로 했다.


‘웅웅웅’


처음 찍는 MRI였다. 20분 넘게 걸렸다. MRI를 찍고, 다시 신경과로 갔다.


“뭐가 있긴 있네요. 근데 신경과 문제는 아니네요.”


<MRI 실제 사진: 동그라미 안의 하얀 부분이 점액낭종(mucocele)이다.>
<코안의 공간은 생각보다 넓다. ethmoid sinus에 혹이 생겨 압력으로 인해 통증이 유발된 것으로 추정된다>

신경과 선생님이 보여준 MRI에는 코 안에 검지손가락 한마디 크기의 혹이 보였다. 판독은 이미 나와 있었다. 점액낭종(mucocele). 점액이 고여 생긴 물주머니였다. 원래는 아프지 않으나, 바로 옆의 안와를 눌러 통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비인후과 문제네요.

콧물도 전혀 없었고, 숨 쉬는데 지장이 전혀 없었기에 안과 선생님도, 환자이자 가정의학과 의사인 나도, 신경과 선생님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비인후과 질병이었다. 의사의 오진이라기보다는 운이 없는 경우였다. 아니, 운이 좋았다. MRI를 통해 일단 진단이 되었기 때문이다.

진단이 끝나자,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몇 년간 계시던 우리 병원 이비인후과 선생님이 사직하여, 현재 이비인후과가 공석이었다. 나를 치료해 줄 이비인후과 선생님이 없었다. 이제 누구나가 겪는 문제인 “어떤 병원, 어떤 의사”를 정해야 했다. 나는 즉시 이비인후과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음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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