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이비인후과 친구에게 내 코안의 혹을 찍은 사진과 함께 카톡을 보냈다. 그러자 곧 답장이 왔다.
"ㅋㅋㅋ"
나는 심각한데 웃는 것이 진정한 친구이다.
"ESS(Endoscopic sinus surgery, 내시경적부비동수술) 해야 함."
"어렵지 않고, 오래 걸리지 않을 듯."
간단히 말하면, 코에 내시경을 넣어서 하는 수술이었다. 만성 부비동염 등에서 많이 하는 수술로 수술 시간은 대략 30분 내외다.
<ESS, 내시경적부비동수술>
문제는 어디서 누구에게 수술을 받을 것이냐였다. 내 의대 동기들은 모두 부산에 있었고, 서울과 경기도에는 아는 이비인후과 의사가 아무도 없었다. 동네 병원에서도 할 수 있는 간단한 수술이었지만, 요즘 대부분의 이비인후과 의원은 수술을 안 하는 추세라 어느 이비인후과에서 수술을 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냥 아무 2차 병원 가면 된다. 수술 시간 20분 예상. 내려 온나. 8년 만에 수술 하나 해 보자."
친구는 대수롭지 않은 듯, 웃으며 이야기했다.
그래도 꼼꼼히 하는 의사에게 해야 한다.
<안구와 뇌와 붙어 있는 혹>
항상 그렇다. 의사는 꼼꼼해야 한다. 점액낭종이 위로는 뇌바닥과 옆으로는 안구와 붙어 있어, 극히 드물긴 하지만, 잘못하면 눈이나 뇌에 손상이 올 수 있다. 또한 출혈이나 감염은 언제든지 생길 수도 있다. 내과 계열 의사라면, 검사 결과지와 차트, 그리고 쓴 약을 보면 어느 정도 성실함 여부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외과 계열 의사는 수술을 직접 두 눈으로 보지 않는 한 알 수가 없다. 그것도 같은 의사라도 자기 파트가 아니면, 저 의사가 수술을 잘하는 건지 아닌 건지 모른다.
'수련을 받은 세브란스에 연락을 해 볼까.'
'아는 이비인후과 선생님께 도움을 청할까'
하지만 암수술도 아니고, 큰 수술도 아닌데 굳이 번거롭게 폐를 끼치기 싫었다. 거기다 하필이면 의료대란이다 뭐다 말이 많은 시점이었다. 괜한 말이 나올 수 있었다.
<이비인후과만 20개가 넘었다>
남들처럼 병원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10군데 넘게 검색을 했으나 수술하는 이비인후과 의원은 찾기가 어려웠다. 의원 다음은 병원이었다. 차병원에는 이비인후과가 없었고, 국립암센터는 패스, 동국대 일산병원과 일산백병원 두 개가 있었다. 그럼 의사는? 이비인후과는 귀, 목 및 두경부, 코 세 파트 중에 코 담당을 선정해야 했다. 코 파트에는 몇 명의 선생님이 있었다.
'수술 실력이 숫자로 표시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고민할 필요도 없을 텐데.'
'아니다. 그럼 모두 가장 점수가 높은 사람에게 수술 받으러 가겠지.'
수술 실력은 숫자로 내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무엇을 기준으로 해야할까? 유명한 병원? 언론 등에서의 명성? 친절함? 리뷰?
의사인 아내가 맘 카페를 검색했다. A 병원에서 10년 넘게 수술하고 계시는 선생님이 있다고 했다. 홈페이지를 들어가보니, 전형적인 외과 의사 같았다. 여기서 전형적 외과의사라는 얼굴에 미소와 융통성 대신, 고집과 신념이 반반씩 찼다는 뜻이다. 참고로 이비인후과 의사도 엄연히 수술하는 외과 계열 의사다. 10년도 넘게 A 병원에서 진료를 하고 계셨기에 괜찮다 싶었다. 다행히 다음날 마지막 오후 외래 시간에 예약이 가능했다. 목요일 오후 4시 30분으로 예약을 했다. 혹시나 몰라서 다른 병원 B 선생님도 금요일 오전 9시로 예약을 했다. 둘 다 진료를 보고 최대한 빨리 수술이 되는 병원으로 하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병원에 가니 너무나 불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