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다고 아는 것이 아니다.
시동을 껐다 켰지만, 검은 배경에 주황색 경고등은 꺼지지 않았다. 운전에는 문제가 없었다. 인터넷을 찾아봤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카센터에 가야 했다. 처음에는 동네 카센터에서 진단기를 대고, 경고등을 지웠다. 하지만 한 달 후에 다시 경고등이 뜨자 같은 곳에서 10만 원을 주고 산소 센서도 교체했다.
한 달이 지나자 또다시 경고등이 떴다. 동네 카센터에서는 산소 센서를 무료로 새 걸로 교체해 주면서, 다시 경고등이 뜨면 단순 센서 문제가 아니라, 큰 센터로 가라고 했다. (사장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한 달 뒤 4번째로 경고등에 불이 들어왔다. 큰 수리점에 가야 했다.
큰 수리점에서는 일단 검사를 해 봐야 되며, 시간당 진단비 9만 원이라고 했다. 시간당 진단비 9만 원은 충격이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다행히 한 시간 후에 연락이 왔다. 산소와 연료를 섞어주는 기계(이름을 모르겠다) 고장으로 추정되며, 그것을 교체하겠다고 했다. 대략 110만 원 전후로 나올 것인데, 부품이 없어 수리하는 데 며칠이 걸린다고 했다.
5일 후, 수리가 끝났다고 연락이 왔다. 명세서에는 연료 인젝터 어셈블리 교환+엔진 컨트롤 와이어링 교환으로 120만 원이 나왔다.
나는 16년간 거의 매일 차를 쓰고 있으며, 3번의 중고차를 거쳐 4번째 차로 2020년 1월에 구입하여 4년 간 11만 킬로미터를 탔다. 자동차 유튜브는 닥신 TV, 김한용의 모카, 아재라이드, 우파, 모트라인 등을 빼놓지 않고 본다. 하지만 타이어가 낡은 정도나 와이퍼에서 소리가 나는 정도는 알지만, 연료 인젝터 어셈블리와 엔진 컨트롤 와이어링이 무엇이며, 어떤 작용을 하는지 전혀 모른다. 정비사님이 말을 하면 ‘그런가 보다.’할 뿐이다. 나는 차를 쓰지만, 차를 모른다.
쓰는 것과 아는 것, 더 나아가 고치는 것은 다르다. 우리는 매일 핸드폰을 쓰지만, 핸드폰의 구조와 작동 원리에 대해 알지 못한다. 그리고 핸드폰이나 컴퓨터가 고장 났을 때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겨우 컸다 켜는 정도이다.
병원에서 가끔 내 몸은 내가 잘 안다며, 이대로 해주면 된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몸도 마찬가지다. 24시간, 365일,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몸을 쓰지만, 우리는 몸을 알지 못한다. 심지어 의사인 나조차 내 몸을 잘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