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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리의사 Jul 16. 2024

마약 잡는 경찰에서 마약 중독자로

정신만 바짝 차리면 괜찮겠지

 마약에도 급이 있다. 약한 마약부터 강한 마약까지. 사람을 가라앉히는 다운계열의 끝판왕은 펜타닐이고, 흥분시키는 업계열의 끝판왕은 필로폰(히로뽕)이다. 한국에서 인기가 있는 필로폰은 미국에서 많이 하는 업계열 약물인 코카인보다 몇 배는 더 강하고 중독성이 높다.    


<메스 암페타민, 일명 필로폰(히로뽕), 결정이 얼음 같아서 크리스탈, 아이스, 빙두 등으로 불린다 출처: 위키미디어>

  

 필로폰은 일본에서 시작하였고, 한국이 못 살 때 부산 등에서 필로폰을 만들어 일본에 팔았기에 전통적으로 부산하면 필로폰이다. 마약 사범이 있으면 경찰이 있고, 부산에 “마약 잡는 귀신 경찰”로 유명한 이호열(가명)씨가 있었다. 그는 부산에서 경찰관으로 재직하던 12년간 무려 2천여 명의 마약 사범을 검거하고, 50여 차례나 표창을 받기도 했다.       


 한 마약 사건이 그의 삶을 한순간 바꿔 놓았다. 1997년 5월 이호열 씨는 대구의 유명한 마약 판매책인 김 모 씨를 검거하기 위해 함정 수사를 했다. 경찰이라는 신분을 숨기고, 마약 구매자로 위장하여 김 모씨에게 연락을 한 것이다. 이호열 씨는 히로뽕 100g을 사기 위해 현금 2,000만 원을 들고 약속 장소인 대구의 두류 공원에 갔다. 마약 사범자 특성상 의심이 많고 조심스러운 판매책 김 모 씨는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판매책 김 모씨는 약속 장소에 이미 도착해 일부러 시간을 끌며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약속 시간이 한 시간이 지나자, 김 모씨는 나타났다. 조심성이 많은 김 모씨는 걸어서 오는 대신 승용차를 몰고 이호열 씨에게 다가와 "부산에서 오셨죠?"라고 다짜고짜 물었다. 경찰인 이호열 씨는 100g의 마약을 혹인하는 게 먼저였다. 이호열 씨가 고개를 끄떡이자, 김 씨는 이호열 씨를 조수석에 타라고 하고 이호열 씨가 차에 타자 즉시 출발했다. 100 미터 뒤에 숨어 잠복하던 다른 경찰들은 홀연히 사라지는 김 모씨와 이호열 씨를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김 씨는 급히 차를 몰면서도 수시로 백미러를 주시하며 뒤를 확인했다. 미행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얼마나 갔을까, 김 씨를 이호열 씨를 허름한 골목 안에 있는 모텔로 데려갔다. 김 씨는 이호열 씨를 미리 잡아 놓은 모텔의 한 방으로 안내했다. 김 씨는 먼저 자신이 필로폰을 투약하면서, 이호열 씨에게 “한 잔 하세요.”라고 권했다. 한 잔은 마약을 의미했다.      


 이호열 씨는 이천 만원을 준 선배와 같이 왔는데 내가 먼저 한 잔 하는 건 도리가 아닌 것 같다며 거절했다. 이호열 씨가 투약을 거부하자, 김 씨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며 마약 거래를 취소하겠다고 말했다. 판매자 김 씨는 이호열 씨가 마약 투약자 치고는 너무 멀쩡했기에 그를 시험하는 것이었다. 이호열 씨는 김 씨를 즉시 체포할 수도 있었으나, 그러면 필로폰(히로뽕) 100g(3천 명 투여 분)을 놓칠 수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단순 투약은 마약 거래보다 훨씬 형량이 약하기에 지금까지의 모든 고생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머릿속에 많은 생각이 떠 오르며 갈등했지만 이호열 씨는 결심했다.


‘설마, 딱 한 번 한다고 달라지겠냐? 정신만 바짝 차리면 괜찮겠지.’


 결심한 이호열 씨는 김 씨에게 팔을 내밀며 말했다.


 “내가 주사를 잘못 놓는다.”    


 김 씨가 이호열 씨의 팔에 짝대기(주사기의 속칭)를 찔러 넣었다. 액체가 이호열 씨의 푸른 정맥에 들어오는 순간, 팔에서 용이 꿈틀거리며 같았다. 머릿속은 복잡했고, 정신을 바짝 차려야 된다고 잔뜩 긴장한 채로 주사를 맞았지만, 온몸에서 용솟음치는 것 같았다. 왜 사람들이 "뽕"간다고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이호열 씨가 주사를 맞자, 김 씨는 모텔에서 나와 다시 이호열 씨를 차에 태우고 원래 거래 장소인 두류공원으로 다시 돌아갔다. 그리고는 어딘가에 전화를 한 후에 고개를 끄덕였다. 김 씨는 운전석 방석 밑에서 명함 크기의 10g 그램짜리 마약 10개를 꺼내 이호열 씨에게 건넸다. 원래부터 마약을 차에 숨겨 두고 있었던 것이다. 이호열 씨는 마약을 확인 한 순간, 이호열 김 씨를 체포하기 위해 덮쳤고 김 씨는 차문을 열고 도망치려 했지만 잠복해 있던 다른 수사관이 합세하여 김 씨를 체포할 수 있었다. 차를 샅샅이 수색한 끝에 트렁크에서 80g을 더 찾아냈다. 이호열 씨가 마약까지 맞아가며 수사를 한 끝에, 5,000여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180g의 필로폰을 압수하고 마약 판매범인 김 씨를 검거하는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 물론 동료들은 이호열 씨가 필로폰을 맞은 것을 몰랐고, 그 또한 굳이 말하지 않았다.  

   

부산에서 대구까지 가서 김 씨를 검거한 이호열 씨는 사건이 마무리된 후 3일간의 휴가까지 받을 수 있었다.

문제는 부산으로 내려가는 고속버스 안에서 발생했다. 잔뜩 긴장했던 몸과 마음이 풀렸다. 그리고 그때의 기분이 떠올랐다. ‘뽕’ 가는 그 느낌이. 그는 그때의 기분을 잊을 없었다. 히로뽕을 찾았다. 12년간 무려 2천여 명의 마약 사범을 검거하고, 마약으로 인생이 끝장난 무수히 많은 범죄자를 본 그가 한 번의 투약으로 마약에 빠져든 것이다.

 처음에는 조심스러웠지만, 결국 꼬리가 잡혔다. 경찰에서 파면되고, 4번이나 투약을 하다 잡혀 옥살이만 무려 7년을 하게 되었다. 아내와는 이혼하고, 경찰이었던 아들이 마약 중독자가 되자 그 충격으로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가족이 풍비박산 났고, 현재 그는 대리 운전기사로 간신히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딱 한 번만으로 끝장나는 게 마약이다.



이호열(가명) 씨의 과거 인터뷰와 방송을 바탕으로 재구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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