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은 1) 추격자, 2) 가타카 라고 말하곤 한다.
영화는 '보게 만드는 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스릴러, 액션 등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내용이 담긴 것을 좋아한다.
1)은 그런 면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영화 중 하나라 골랐는데,
다소 자극적이라 2)를 준비해둔 것도 있다.
"좋아하는 영화가 뭐야?" 라고 건네는 물음에는 사실
"넌 어떤 사람이니?"가 함축되어 있어, 좋아하는 감성을 통해 그 사람을 이해하고자 함인데
사람에 따라 1)을 이야기하기에는 종종 내가 좀 이상하게 보이기 좋다고 생각했다.
2)가 안전한 대답일지도.
그럼에도 다시 1)을 좋아하는 이유로 돌아가자면,
해외 영화 중에도 스릴러, 액션 장르의 내가 원하는 요소를 가진 영화가 많을텐데-
라는 물음에는 이렇게 답했다.
국내 영화라서, 그리고 이에 따라 영화에서 하고 있는 이야기가 피부로 공감되어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어서 좋다고. 한국의 길거리도, 말투도, 상황들도.
이 영화는 성매매를 하기 위해 집으로 부른 여성을 살인하고,
여성의 실종 사건이 되어 경찰이 범인을 차 번호로 추격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4885, 너지?" 등 명대사(한국 사람들이 영화는 안 봐도 대사는 알고 있는)를 남기기도 했다.
1-a) 명대사를 가진 국내 영화라서
명대사를 남기는 영화는 영향력을, 파급력을 가진다.
영상을 공부하고 이제는 마케팅 분야에서 일하는 나에겐 이게 부럽기도 하다.
언제까지고 상황이 맞다면 예능에서, 광고에서도 변주해 카피로 쓰인다.
(맥락 없이 가져다 붙이는 건 재미없지만)
1-b) 성매매 문화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어서
실화 바탕으로 알고 있는 영화 속 사건이다.
현실에선 "몸을 함부로 굴리는 여성은 죽어 마땅하다"며 살인자가 잡혀가면서도 던졌던 말.
수요에 따른 공급, 공급에 따른 수요. 얽힌 구조 속의 문화는 참 계속해서 생각해볼만하다.
대학생 때 미아리 텍사스라고 불리는 공덕역 주변의 사창가를 구경하러 들어간 적이 있는데,
그때 느꼈던 감정들은 아직도 가끔 떠오른다.
그 영화를 왜, 어떤 부분에서 좋아하냐기에 이러한 이유들까지 이야기했고,
fun의 재미라기보다 생각을 여러 지점으로 하게 만드는 부분에서 재미있다 말했다.
이 대답은 그것이 알고 싶다를 좋아하냐는 물음으로 이어지는데, 맞았다.
그리고 2)를 좋아하는 이유는
2-a) 90년대의 sf는 지금을 닮았을까 생각하게 만들어서
상상하게 만드는 콘텐츠를 좋아한다.
특히나 sf는 책으로 읽으면 나만의 상상, 영상으로 보면 그 표현을 이렇게 시각화했구나-
외치게 만든다.
대학생 때 도서관에서 필립 k 딕의 미국 sf 소설들을 보이는대로 다 읽었던 기억도 난다.
자연을 거스르는 시도, 과거에 생각하는 미래 공간의 표현이 흥미롭다.
전형적이기도 하고, 지금과 정말 닮아있거나 너무 달라서 계속 보게 된다.
2-b) '하면 된다'는 내 가치관을 뒷받침하는, 다시 마음을 먹게 만드는 상황이라서
유전자 조작을 통해 우성으로 태어난 형,
자연적인 유전자 구성이라 열성으로 태어난 동생.
둘은 함께 바다 수영 대결을 한다.
당연하게도 형이 이기겠다고 생각하지만, 동생이 이긴다.
의아한 형에게 동생은
"나는 되돌아 힘을 남기지 않는다"고 말한다.
(젊은 시절의 잘생긴 에단호크인) 동생이 영화 전반에서 보여주는 의지는 삶의 태도로서 돌아보게 만들었다.
좋아하는 영화를 반복 관람하느냐,
한 번이면 족하고 그냥 그 기억으로 남아도 좋느냐-에 대한 질문도 이어진다.
사내 동호회로 <취향찍먹>이라는 이름으로
취향을 찾고, 나누는 활동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번엔 영화를 주제로 이야기 나눴는데,
이 부분에 대한 생각도 다들 달라서 생각이 확장되는 경험이 즐거웠다.
난 같은 걸 질려하는 성향이라고 생각해서 한 번이면 충분해!라고 막연히 느껴왔는데
2)는 우연히 재관람을 하며 더욱이 좋아졌던 거라,
앞으로도 봤던/했던 거라고 해서 의식적으로 피할 필요는 없겠구나 싶었다.
영화 뿐 아니라 인생에서의 어떤 경험들도.
(재관람을 했던 상황은 미국 출장 2주 다녀오고 2주 격리를 해야 했던 때,
을지로의 어느 호텔 이불 속에서 ocn에 나오는 2)를 봤었다.)
23년 11월, 좋아하는 영화에 대한 생각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