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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씨 Dec 04. 2020

#망한식물일기_루꼴라

물을 너무 많이 줘서 성장하지 못함

"와, 진짜 진짜 맛있어요."

"다음에는 제가 루꼴라를 재배해서 선물로 가져오겠습니다!"


하지만, 루꼴라를 재배해서 선물로 가져가는 일은 없었다...




루꼴라 참치 파스타


이전에 살던 공유 주거에 D님이라는 분이 있었다. 굉장히 멋진 분으로 요리에도 뛰어난 실력을 자랑하셨다. 가끔씩 D님이 해주시던 파스타를 먹으면 밖의 식당에서 사 먹는 파스타들보다도 훨씬 수준 높은 맛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퇴실 전에 D님에게 파스타 요리들을 배웠다.


그중에는 '루꼴라 참치 파스타'가 있었다. 단지, 참치와 마늘 그리고 레몬과 루꼴라 정도로 매우 뛰어난 맛을 자랑하는 파스타였다. 하지만 루꼴라라는 재료는 일반 마트에서는 구하기 힘들었고, 큰 마트나 마켓컬리 같은 곳에서만 구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직접 기른 루꼴라로 파스타를 해 먹기로 결정했다!



루꼴라를 심다!


가장 먼저 한 것은 루꼴라에 대해 알아본 것이었다. 때는 9월로, 마침 루꼴라 파종의 적정기였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씨앗을 바로 구매해버렸다!


루꼴라를 기르기로 한 곳은 회사의 옥상이었다. 빛과 바람이 잘 들지 않는 나의 원룸에서는 기를 수 없었다. 그래서 회사의 옥상에서 루꼴라 농사를 시작했다.



싹이 난 루꼴라


루꼴라, 싹이 나다!


식용 작물을 기르는 것은 처음이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잘 오지 않았다. 구멍을 내서 일일이 심는 방법도 있었으나 싹이 나지 않을까 봐 두려웠다. 그래서 일부는 구멍을 파서 심고, 일부는 흙에 흝뿌렸으며, 일부는 키친타월에 물을 적신 뒤 씨앗을 올려놓고 다시 물에 적신 키친타월로 덮고 밀봉했다. 


결과적으로 새싹은 모든 곳에서 전부 피어났다! 일주일 정도가 지나도 싹이 자라지 않길래 포기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시간이 더 흐르자 모든 곳에서 새싹들이 고개를 들었다. 



루꼴라로 뭘 할까?


싹이 나고 일주일 만에 루꼴라는 빠르게 자랐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루꼴라는 한 달에서 한 달 반 정도면 다 자라고, 상추처럼 겉을 계속 따서 먹을 정도로 빠르게 자란다는 것이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회사 사람들은 루꼴라로 무엇을 먹을지 논의하기 시작했다.


"피자를 시켜서 루꼴라를 얹어 먹죠!"

"루꼴라 페스토를 만들어요."

"루꼴라 샐러드 해서 점심에 먹어요."


우리는 들뜬 마음으로 루꼴라가 빠르게 자라길 기원했다.



루꼴라, 성장을 멈추다.


하지만 루꼴라는 싹이 나고 2주 정도 성장을 한 뒤, 성장을 멈춰버렸다. 떡잎은 잘 자랐으나 본잎은 개미 몸통의 절만 만큼의 초록색 점으로 보일 뿐이었다. 그리고 더 이상 자라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나비의 애벌레로 보이는, 검은점이 규칙적으로 박힌 짙은 회색의 애벌레는 애꿎은 떡잎만 먹고 다녔다.


루꼴라는 아니지만, 같은 애벌레


9월 초에 심은 루꼴라는 10월 중순에도 떡잎뿐이었다. 그래도 나름 성장을 한다고 매우 매우 매우 조금씩 자라는데,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아차리기 힘들었다. 이미 회사 사람들은 루꼴라를 포기한 상태였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나름의 분석을 한 결과 통풍과 햇빛은 충분했다. 다만, 루꼴라들이 너무 옹기종기 심어져 있어서 가까운 곳에 있는 싹들은 가장 튼튼한 놈만 남기고 모두 제거했다. 그리고 물 주기가 문제로 생각되었다. 그동안 옥상의 다른 식물들과 함께 물을 주느라 거의 매일같이 물을 흠뻑 주고 있었다. 하지만 식물들은 물이 부족할 때 뿌리가 자람을 식물 가게 주인분을 통해서 알고 있었다. 그래서 물을 안 주기 시작했다.



12월 04일의 모습이자 루꼴라의 마지막 모습

루꼴라, 성장하다?


그렇게 약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루꼴라의 본 잎은 성장했다. 하지만... 결코 먹을 수 있는 정도의 성장은 아니었다. 총 3달 정도의 시간 동안 루꼴라는 약 2센티 정도의 본잎을 가진 루꼴라로 성장했을 뿐이다.


하지만 오늘인 12월 04일 아침, 일부 잎들이 얼어있었다. 그래서 더 이상은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회사 사람들에게 말했다. 오늘 루꼴라 먹죠.



루꼴라... 와 새싹 보리를 얹은 치즈피자

피자와 루꼴라


도미노 피자에서 치즈피자를 사 온 뒤 위에 바로 재배한 싱싱한 루꼴라와 새싹보리를 얹었다. 맛은 굉장했다! 새싹보리는 마치 잡초 같은 질김과 풀 맛이 느껴졌고, 루꼴라는 놀랍게도 아무 향도 나지 않았다.


하지만 루꼴라를 재배해서 먹었다는데 의의를 두자.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이니까 다음 루꼴라 재배는 성공할 것이다!


어쨌든, 루꼴라는 물 주기로 인해 성장이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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