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발아를 몰라서 사망
'오레가노도 키워볼까?!'
바질을 키우면서 자신감을 얻은 나는 새로운 허브를 키우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어떤 허브를 키울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마침 10월이 오레가노 파종이기 임을 알아서 오레가노를 키우기로 결심했다. 오레가노가 다른 식물들보다 낮은 온도에서 잘 자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오레가노 씨앗을 사다.
인터넷으로 오레가노 씨앗을 주문 하려고 하니 배송료가 씨앗 가격과 비슷해서 사기 꺼려졌다. 그래서 동대문에 갈 일이 있을 때 종로 5가에 있는 종묘, 씨앗 상가들에 들려서 오레가노 씨앗을 샀다. 씨앗들은 한 봉지당 1000원 - 1500원 정도였다. 너무나 저렴한 가격에 오레가노 말고도 파슬리 씨앗도 같이 샀다.
오레가노를 심다!
폭 약 20cm 정도 토분 3개에 오레가노를 심었다. 이번에는 조사도 열심히 했기 때문에 씨앗을 심는 방법도 확실하게 했다. 사실 오레가노는 '심는' 것이 아니라 '뿌리는' 것이었다. 오레가노의 씨앗은 하나가 1mm도 안될 정도로 먼지처럼 작았다.
씨앗을 흙 위에 뿌리고 아주 살짝 흙을 덮어준 다음에, 해가 잘 드는 옥상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매일매일 물이 마르지 않도록 아침저녁으로 물을 흠뻑 주었다. 주말에도 싹이 자라기 전에 물이 마를까 봐 회사의 옥상에 와서 물을 주었다.
싹이 자라지 않다.
하지만 오레가노는 2주가 지나도 자라지 않았다. 2주 동안 매일매일 물을 주었는데도 뭐가 문제인지 싹이 날 기미가 안 보였다. 하지만 늦을 뿐이고, 결국 자랄 것이라는 의지로 일주일을 더 열심히 물을 주었으나 오레가노는 변함이 없었다. 그래서 결국 오레가노는 포기했다.
가장 중요한 것을 몰랐다!
하지만 한 차례 씨앗을 심고 남은 오레가노 씨앗 봉투가 항상 내 책상 위에 올려져 있었다. 그래서 가끔씩 눈길이 갔으나 이미 실패했기 때문에 용기가 나질 않았다. 그러던 중 인터넷으로 오레가노에 대해서 검색하는데 어마어마한 사실을 알아냈다.
오레가노는 '암발아'였던 것이다.
이런... 나는 암발아라는 것이 있는지도 몰랐다. 오레가노는 옥상에 올려놓았기 때문에 싹도 나지 않은 거였다. 오레가노가 싹이 나게 하려면 오히려 빛이 전혀 들지 않고 어두컴컴한 곳에서 싹이 자랄 때까지 놔둬야 했던 것이다!
다시 시도하다.
가장 기본적인 것도 모르고 무작정 심었던 나를 반성하고, 나는 다시 오레가노를 심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회사의 탕비실 쪽 가장 깊숙한 곳에 빛이 들지 않는 장소를 검은색 우드락으로 감싸서 완전히 빛이 차단된 공간을 만들었다.
그리고 2주가 지나자 오레가노의 싹이 나기 시작했다.
정말 간단한 것을 놓쳐서 첫 시도가 실패했던 것이다. 제목 부문의 사진은 새로 심은, 싹이 난 오레가노이다. 아직 작지만 천천히 자랄 예정이다. 오레가노 키우기는 따로 글을 올리게 될 것 같다.
어쨌든, 첫 번째 오레가노 파종은 '암발아'를 몰라서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