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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씨 Dec 02. 2020

#망한식물일기_ 마오리 코로키아

통풍이 안돼서 사망

"우와, 진짜 이쁘네요"

"그쵸, 이제부터 제 최애 식물 1호입니다!"




누가 마오리 코로키아를 강인한 식물이라고 했는가! 


마오리 코로키아는 뉴질랜드의 야생화로, 마오리족처럼 강인한 생명력을 가져서 마오리라고 불린다 고한다. 하지만 뉴질랜드의 야생에서도 강인하게 살아남는 마오리 코로키아는 내 손에 세상을 떠났다.


마오리 코로키아를 처음 만난 날. 파릇파릇한 잎들을 보라.



마오리 코로키아를 만나다!


식물들을 죽이면서도 식물 수집의 열정이 식지 않았던 나는 마오리 코로키아를 인터넷에서 보자마자 강렬한 이끌림을 느꼈다. '안돼. 또 죽을 식물을 사면 안 돼'라고 생각하면서도 마오리 코로키아는 계속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나를 유혹했다. 그리고 결국 충돌이 이기지 못하고 구입했다.


마오리 코로키아는 오프라인 가게에서 구입하면 너무 비쌀 것 같아서 인터넷으로 구매했다. 과연 인터넷으로 저 가느다란 줄기들이 안 망가지고 올까?라는 걱정이 들었지만 가격의 차이는 무시할 수 없었다. 어느 토요일 오전, 방의 침대에 누워서 뒹굴거리고 있을 때 마오리 코로키아가 도착했다는 문자가 도착했다. 나는 문자를 받자마자 바로 무인 택배함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너무 빠르게 내려왔던 것일까? 아직 택배기사님이 무인 택배함을 잠그고 있었다.


"아, 안녕하세요."

"아, 택배 주인이신가요?"

"네..."


택배기사님과 인사를 마치고 나는 내 택배를 가지고 집으로 들어왔다. 내 걱정과 다르게 마오리 코로키아는 아주 튼튼하게 포장되어 있었고, 포장을 풀자 아름다운 마오리 코로키아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너무 감격스러웠다.



내 방에 놓인 마오리 코로키아


내 최애 식물 '마오리 코로키아'


마오리 코로키아는 오자마자 내 1순위 식물이 되어버렸다. 기존에 키우던 다른 식물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마오리 코로키아의 작고 날카로운 잎도,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줄기도, 미색의 토분까지도 모두 완벽했다. 나는 마오리 코로키아를 키우기 위해서 심혈을 다 했다. 기존에 과습으로 죽인 식물들의 경험으로 목이 마를 때만 조금씩 물을 주었고, 방의 온도도 확실하게 지켜주었다. 마오리 코로키아는 내 방에서 그 화려한 모습을 뽐내고 있었다. 단 2주 동안만.



잎이 갈색으로 변하다.


하지만 불과 2-3주가 지나자, 마오리 코로키아의 잎들의 일부가 갈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마치 휴지를 물에 일부분 적신 것처럼 갈색으로 조금씩 말라갔다. 인터넷에 급하게 증상을 찾았지만, 잎이 안으로 말리지 않고 잎 끝부터 그러데이션으로 갈색으로 변하는 경우는 찾기 힘들었다.


물을 너무 안 줘서인가? 하는 생각에 물을 많이 주기도 했다.(오히려 실수였다) 잎은 점점 말라갔고 툭 치면 일부 잎들이 투두둑 떨어졌다. 그렇게 또 일주일이 지나고, 마오리 코로키아가 우리 집에 온 지 한 달이 안되었을 때 원인을 발견했다.



생기를 잃은 잎들


문제는 통풍이었다.


마오리 코로키아에게는 물 주기도 중요하지만, 통풍도 매우 중요했다. 사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선풍기를 틀어주고 환기를 자주 하면 되겠지! 하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방에서 기르기 시작했었다.


내 방은 통풍이 거의 통풍을 위해 에어컨을 켜고 마오리 코로키아에게 선풍기를 쐬어 주면서 길렀는데, 역시 통풍의 문제를 해결하진 못한 것이다. 나중에는 잘못된 물 주기로 과습 같아 보이는 현상도 발생했지만 결국 과습도 통풍이 안되어서 악화됐음이 명확하다.



살리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다.


원인도 명확해졌으니, 마오리 코로키아를 살리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했다. 아직 푸른 잎들이 일부 남아 있었기 때문에(손으로 꼽을 정도로 조금 남아 있었다) 살릴 수 있다고 믿었다. 완전히 말라가는 가지들은 잎부 잘라주었고, 물 주기 양을 확실히 조절하고, 과습이 우려되어서 흙도 갈았다. 그리고 매일매일 사진을 찍으며 경과를 지켜보았다. 영양제도 주고 싶었지만 식물이 아플 때 주는 영양제는 오히려 문제가 된다는 말에 그만두었다.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태는 좋아지지 않았다. 다만, 약화가 매우 느려졌다. 매일같이 잎이 갈색으로 변해가던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


황량해진 잎과 줄기


결국 사망했다.


결국 천천히 남아있던 잎들도 갈색으로 변하고 마오리 코로키아는 죽어 벼렸다. 하지만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아직도 회사 창문에 놓여있다. 축 늘어진 가지와 살색의 잎들 마저도 이뻐 보이는 것은 착각일까?


어쩃든, 마오리 코로키아는 통풍으로 인해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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