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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씨 Nov 13. 2020

이솝과 유핑은 뭐가 같을까?

Q3.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는 무엇인가?

"최고 품질의 스킨, 헤어 그리고 바디케어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변함없는 이솝의 목표입니다."

-Aesop


"유핑은 무지 티셔츠만을 전문 생산, 세계 최고 수준을 지향합니다."

- 유핑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는 무엇일까? 나는 옷도, 가방도, 시계도, 화장품도 브랜드를 거의 모른다. 다만 그럼에도 지나치면서 본 브랜드 중에 마음에 드는 것들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들을 알면 나를 조금 더 알 수 있지 않을까?




이솝


 이솝을 처음 본 것은 올해 초에 인턴을 하던 건축 사무소였다. 내가 정말 가고 싶어 했던 사무소였고, 작품들 또한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었다. 회사에 출근한 첫날 화장실을 이용하고 나와서 손을 씻으려는데 싱크대에 이솝 핸드워시가 있었다. 나는 처음 보는 브랜드였어서 '뭐지?' 하고 그냥 사용했을 뿐인데, 펌프를 눌러서 사용한 순간 퍼지는 시트러스 향이 너무 좋았다. 한참을 냄새를 맡고 손을 씻은 다음에도 한 번 더 사용했다.


  바로 자리로 돌아오자마자 노트북으로 구글에 이솝을 검색했는데 알고 보니 유명한 브랜드였다. 가격대도 내가 생각한 것보다 비싼 가격이었다. 방금 사용하고 온 제품이 49,000원이었는데, 그 돈은 내가 핸드워시로 지불하기에는 너무나 비싼 가격이었다. 하지만 이솝의 향과 병의 디자인에 사로잡혀서 매일매일 이솝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제품들을 구경했다.


 알고 보니 내가 인턴을 하던 회사에서 이솝 핸드워시를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었다. 회사에서 운영하는 사업에 이솝 제품들이 어매니티로 쓰여서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 가능하다고 대표님이 말씀해주셨다. 그래서 나는 바로 사겠다고 하고 핸드워시를 구매했다. 물론 할인된 가격도 너무나 비싼 가격이었다.


 사놓은 이솝 핸드워시는 9개월이 지난 아직도 내 방 화장실에 있다. 아까워서 항상 사용하지 않고 향이 맡고 싶을 때나 기분을 내고 싶을 때만 사용하다 보니 아직도 1/4 정도가 남아있다. 집에서 이솝 핸드워시를 사용하는 것은 나에겐 사소한 사치다.


이솝을 처음 좋아하게 된 것은 향 때문이었지만, 내가 이솝을 진심으로 좋아하게 된 이유는 이솝의 철학과 디자인이었다. 회사에서 제품을 구매하기 전, 이솝 제품들을 구경하러 친구와 함께 가로수길의 이솝 스토어에 갔는데 이솝의 매장 내부도 너무 마음에 들었다. 어둡고 넓지 않은 내부 가운데 길게 뻗은 개수대와 벽면에 나열된 이솝 제품들은 나를 감동시켰다. 하지만 오래 있을 수는 없었다. 우리가 들어왔을 때부터 항상 옆에 계시던 직원분이 개수대 앞에서 수건까지 건네주셨을 때, 그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솝의 철학은 간단하다. 숙련된 화학자들이 좋은 재료를 최고의 기술로 최고 품질의 제품을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이솝이 추구하는 것이다. 추상적인 미사여구나 화려한 말은 하지 않는다. 다만, 담백하게 자신들이 추구하는 바를 말할 뿐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 목표와 철학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이솝의 제품들은 출시 전까지 3~4년이 걸리고 일부 제품들은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최고 품질의 제품을 만들기 위한 그들의 노력이다. 이솝은 제품 자체가 스스로를 광고하고 철학이 제품을 어필한다. 


제품의 디자인도 변하지 않고 항상 그대로이다. 어두운 갈색을 띠는 병에 미색 바탕을 가진 라벨지 그리고 검은색과 미색의 글씨들. 매우 단순하지만 이 디자인조차 나를 감동시킨다.







유핑


 유핑이라는 브랜드는 처음 들어본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티셔츠를 사려고 하다가 우연히 알게 된 브랜드이다. 유핑은 무지 티셔츠를 생산, 판매하는 회사이다.


 처음 티셔츠의 가격을 봤을 때는 깜짝 놀랐다. '무지 반팔 티셔츠 하나에 29,500원이라고? 이걸 왜사.'라고 생각하면서 살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제품 후기들을 보면서 '얼마나 좋길래 그러지?'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고, 결국 내 호기심이 가격을 이겨버렸다. 

 

 처음에는 흰색 무지 반팔티 1개를 구매했다. 택배 포장을 열고 티셔츠를 만져봤을 대 재질이 너무 좋았다. 내가 본 티셔츠 중에는 단연 최고였다. 하지만 보통 새 옷들은 처음에는 마음에 들다가 세탁을 하면 그 느낌이 사라지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유핑을 산 이유 중에는 빨래를 해도 품질이 유지되고 1~3년 장기 착용이 가능하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몇 차례의 빨래를 거치고 확신했다. 29,500원이 아깝지 않았다.


 지금 내가 가진 유핑의 티셔츠는 흰색 반팔티 3개, 검은색 반팔티 1개, 다크 그린 반팔티 1개, 흰색 롱 슬리브 1개, 검은색 롱 슬리브 1개로 총 7벌이다. 불과 2년 만에 7벌의 유핑 옷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만큼 유핑은 나를 감동시킨 것이다. 지금 겨울이 거의 온 상태에서 나는 티를 몇 개 더 사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다. 물론 티셔츠 가격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비싸지만, 한 계절을 입고 버리게 되는 다른 티셔츠들과 달리 입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공통점은 무엇이지?


 내가 생각하는 두 브랜드의 공통점은 '철학'이다. 그저 그런 철학이 아닌, 정말 진심으로 철학을 가지고 그 철학을 실천해 나가는 모습이 좋다고 생각한다. 둘 모두 최고를 바라보고, 우직하게 최고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이 좋다.


 또한 두 브랜드가 추구하는 최고는 결국 '품질' 혹은 '실용성'이다. 단순히 이뻐 보이는 것이나 트렌디한 것을 쫒는 것이 아니라 최고의 품질을 추구하면서도 화려하진 않지만 감동을 주는 디자인을 추가하는 것. 그러한 점이 너무나 좋다. 


 '나'라는 사람도 하나의 철학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주위에 휩쓸리지 않고 내 철학을 향해 우직하게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


 건축에 있어서는 내가 '실용성'을 추구하면서 거기에 감동을 주는 '디자인'이 존재하는 건축을 하고 싶다. 더 깔끔해 보인다는 이유로, 완벽한 형태를 유지한다는 이유로 편리함을 포기하거나 하지 않고, 집이라면 최고의 생활이 가능하도록, 오피스라면 동선과 이용 등에서 최고의 업무환경을 추구하면서 거기에 과하지 않고 감동을 주는 디자인을 가진 건축을 하는 것. 그것이 내가 추구하는 방향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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