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내가 여전히 애틋하고 잘되길 바라요.

경단녀의 취업일기

by 아작


오늘은 솔직한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그동안 몇 번의 글을 썼다 지운 이유는 누가 내 얘기를 듣고 싶어 할까? 마흔의 경단녀가 탈락했다는 글을 누가 읽고 싶어 할까? 사람들이 읽고 싶은 글을 써야 하는 거 아닐까? 많은 고민이 있었다. 브런치를 시작한 이유는 내가 잘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는데, 어느새 사람들의 눈치를 보고 돈이 되는 글을 생각하고 있었던 거다.

이건 좀 아니잖아? 돈과 성공을 좇지 말자. 그냥 솔직해지자. 나는 내 이야기를 할 곳이 필요하니까… 그래서 그냥 쓰기로 했다.


아침에 눈을 뜨는 것이 두려운 요즘이다. 일하고 싶은데 일할 곳이 없고, 기다리는 연락이 오지 않는다는 현실을 마주하는 것이 힘들어서. 방송작가 시절 친하게 지냈던 언니를 만났는데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앞으로 어떡하지를 걱정하는 생활이 나와 같았다. 비단 언니와 나뿐만이 아니라 10년 차가 넘은 많은 후배 작가들이 일자리가 없어 고민이라고 했다. 위태로운 프리랜서의 삶이 싫어서 회사로 갔는데, 회사도 똑같았다.

요즘은 나이를 얘기할 때 “nn살에서 nn살입니다.”라고 한다던데, 이제는 만으로 해도 30대가 되지 못하는 빼박 40대… 취업시장에서 이 나이가 얼마나 경쟁력이 없는지 확인하고 나니 작년의 기회들이 더욱 아쉬워졌다.


사실 몇 번의 면접이 있었다. 한번은 지인이 다니면서 소개한 회사였는데 오랜 시간 작가 구인이 되지 않던 곳이라 면접만 잘 보면 바로 출근할 수 있는 회사였다. 면접이 끝나고 실무자는 인사 담당자가 연봉을 책정해서 전화를 줄 거라고 했고 다음날 나는 불합격을 문자로 통보받았다. 당황스러운 마음이 컸다. 지인을 통해 들은 비하인드로는 그 돈을 주고 작가를 써야 하냐는 말이었다.

요즘은 연봉이 맞지 않으면 상호 조율하려는 시도도 없이 그냥 다른 사람을 구한다던데 그만큼 내가 대체 가능한 인력이었다는 뜻이겠지.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되려면 어떤 이력을 쌓아야 할까? 40대에 시작해도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최근에도 구성작가 의뢰가 들어왔는데 페이는 50이었지만 감사하게 응했다. 담당자는 작가료가 책정되어 있지 않은 일이라며 윗선에 보고가 필요하다 했고 이력서를 보낸 후 기다렸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당분간 보류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리고 또 하나는, 만약 시작하면 4월부터 12월까지 할 수 있는 일인데 3월 초에는 결정이 난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연락이 없다. 안된 걸까?


불안한 마음을 뒤로하고, 지난 2월 시험을 봤던 SNS광고마케터 자격증 가채점을 이제야 했다. 내일이 결과 발표인데, 모범답안이 진즉에 나왔지만 떨려서 지금까지 미루다가 오늘 해보았다. 가채점 결과는 합격이다. 겨우 이력서 한 줄을 채웠지만 마케터 자격증이 마케터 경력이 되진 않는다. 결국 마흔둘의 신입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현재 사이버외국어대학교에서 한국어교원 자격증 2급을 공부 중이다. 40대를 지나 50대에도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한국어 교원이 그 길이 되어주지 않을까? 이런 마음에서 시작한 공부였다. 이번 학기 실습까지 끝내고 나면 한국어 교원이 되지만, 역시 마흔둘의 신입 교사가 일할 곳이 있을까?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난 내가 여기서 좀만 더 괜찮아지길 바랐던 거지, 걔가 되길 원한 건 아니었어요.”


브런치에 글을 쓰다 출간 작가가 된 친구가 있다. 내가 원하던 회사에 다니는 후배도 있고, 주식으로 큰돈을 번 친구도 있다. 마흔이 되면 그런 마음이 사라질 줄 알았다. 누군가를 시기하고 질투하는 마음. 누군가의 행복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게 가능한 어른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여전히 축하하는 마음 한편이 시큰하다.

시기가 아니라 부러움이다. 자괴감이고 자책이고 초라함이다. 드라마 <또! 오해영>의 대사처럼 나는 내가 여기서 조금만 더 나아지길 바란 것인데 한 발짝 내딛기가 이토록 힘들 줄이야. 여전히 내가 애틋하고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그래서 나아가고자 두드리고 두드려도 얻지 못하는 작금에 초조함을 느끼는 것이리라.


따뜻한 봄의 기운이 시작을 응원하는 계절이 되었지만 상대적으로 더 위축이 된다. 그럼에도 마주해야겠지.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에 주눅 들지 말고 나아가야겠지.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되기 위해 어떤 준비와 노력을 해야 할까?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오늘도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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