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거나 사라지지 않는 것들
[서문] 마음을 주고받는 일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친구, 연인, 그리고 가족까지. 마음을 주고받는다는 것에 어떤 정답은 없겠지만은 한 가지 알게 된 것은 내 방식을 강요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익히 알고는 있다. 연인은 내 소유가 아니고, 자식을 내 맘대로 키워서는 안 되고 이런 것들. 하지만 사람 마음은 내 맘대로 할 수가 없다. 내 마음도 내 뜻대로 하기 힘든 게 사람이다.
써지지 않을 때는 억지로 쓰지 않으려는 편이다.
손으로 쓰는 것이 좋으면 손으로 쓰고 휴대폰 메모가 좋으면 메모에 쓴다.
가끔 노트북을 열어 긴 장편을 쓰기도 하는데,
안 좋은 습관 중 하나는 확신이 들지 않으면 펜이든 폰이든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내 안에 여러 번이고 맴도는 이야기가 있다면 마음에서 여러 번 되새김질을 한다.
겁이 많아서 쓰레기가 되고 삭제될 글은 적지 않는다.
사실 어딘가에 기록하지만 않을 뿐 마음속에서도 여러 번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고 마음에서
'Delete'버튼을 수없이 누른다.
마음이 내킬 때 하는 것이 진짜라고 생각하는 내 버릇은 어디서부터 생성되었냐 하면은
형식적이고 억지로 뭔가를 챙기는 버릇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 간의 어느 정도 형식은 갖춰야 하겠지만,
친구와의 관계에서 상대에게 확신이 들지 않을 때 에라도 난 어느 정도 선물을 건네기도 했다.
예를 들어 기프티콘 같은 것도 마찬가지이다. 뒤돌아보면 상대를 위한 게 아닌 나를 위한 것이었다.
어떤 강박 같은 것이라고는 알았지만 당시엔 더 파헤쳐볼 생각은 아직은 없었다.
그리고 형식을 거친 것들은 내게서 쉽게 잊혔다.
억지로 하는 게 싫지만 하고 있는 나에게 어떤 확신이 들지 않는 친구 하나가 있다.
그 친구와 만나고 여행도 함께 갔지만 나와는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우리는 왜 나와 같지 않냐고 다투거나 강요하지 않았다. 욕심이 없어 보였다.
억지로 바꾸려고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모습에
나도 상대의 삶과 가치관을 있는 그대로를 '받은' 것이다.
그렇게 친구는 어느 날 여행을 다녀왔다면서 아기자기한 선물을 주고 갔다.
선물을 받아 혼자 걸어오는 길에 이건 억지가 아닌데, 형식이 아닌데 라는 생각이 계속해서 내 안을 맴돌았고 오랫동안 나를 생각하고 준 것이라고 느껴졌다.
거울과 책갈피는 내 마음에 맴도는 어떤 이야기들처럼 여러 번 되새김질을 한 이야기가 되어 다가왔다.
곧장 내 안에는 '아 진심이라는 건 이런 거지-'.
그동안 내가 건넨 것들의 절반은 형식이라는 걸 알았다.
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어떤 확신은 형식이었다. 형식은 그냥 형식이다.
그리고 진심이 오는 방법에 형식의 길은 없다. 진심은 거창한 포장이 없어도 된다는 것이다.
흑역사라는 단어가 발현하면서 우리는 (소위) '오글'거리는 것들을 멀리하게 되고 그런 기록에 대해서 얼른 삭제 버튼을 누른다. 이런 단어들은 누가 만들었고 왜 생겨버린 건지.
그런 것들이 진심일 때가 많은데.
진심의 순간들이 창피해지는 것은 어디에서부터 일까.
진심이 부끄러워진 우리 세대가 나이가 들고나면
아마 추억이 남은 사진들을 '휴지통'에서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
가능한 휴지통을 비우지 마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