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인사

"우리는 가끔 꼭 필요한 것들을 생략하곤 한다"

by 성실

[서문] 어떤 프로필 사진을 보고 우리는 그 사진 나도 알아! 라던가, 그 음악 좋지!라고 공감을 먼저 내비쳤다. 뭔가 형식적인 인사치레 같은 것이 좀 부끄러워졌달까, 우리에게 '잘 지내고 계시죠?' 혹은 '요즘 날씨는 어떻네요'와 같은 이야기로 이루어진 손편지에서 볼 수 있는 인사 같은 것이 사라져 버렸다. 그러면서 인사치레 같은 것은 생략하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들은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 단지 어떤 목적을 위한 관계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대하는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헤르만 헤세는 데미안의 서문에서 이런 말을 했는데,

"실제로 살아있는 인간이란 무엇일까, 그 어느 때보다도 어느 날에는 이 물음에 대한 답변을 알기가 어렵다. 인간은 제각기 누구나 자연의 소중하고 유일무이한 시도인데도, 그런 인간들을 총으로 대량 학살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가 더는 유일무이한 인간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면, 실제로 우리 모두를 제각기 단 한방의 총알로 완전히 세상에서 없애버릴 수 있다면, 이야기를 한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 그런 까닭에 제각기 모든 인간의 이야기는 중요하고 영원하고 숭고하며, 그런 까닭에 제각기 인간은 누구나 어떤 식으로든 살아서 자연의 의지를 실현하는 한 경이롭고 주목받아 마땅하다."




우리는 가끔 우리의 존재들에 대한 생략을 해버리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인권은 강요하지만 정작 내가 손해를 보는 것에 있어서 옆 사람을 서슴없이 무시하게 되는 우리의 모습들을 곰곰이 봐보면,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조심스러운 태도가 모두 사라져 버린 것이 아닐까 염려가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각자의 인권을 더욱이 보호받는 세상에 자꾸만 소위 '묻지마 범죄'가 날로 증가하고

노동자들의 산재처리가 안되어 홀로 벌이고 있는 1인 시위와 같이 인권에 대한 노래를 부르는 세상에 참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이렇게나 많이 생기는 것 일까.

물론 모든 범죄문제와 사회현상에 답이 이것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한번쯤 내겐 의미 있는 답이 된다.


자칫 우리가 말하는 인권. 인간이 누려야 할 권리를 '남을 무시'하거나, '내가 먼저라는 권리'라고 오역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조건 붙는다는 것을 생략해서는 안된다.

나도 사람, 너도 사람.

내 인권, 너의 인권.

내가 소중하듯 남도 소중하다면 우리는 자신의 인권'만'을 주장하는, 혹 남에게 '해'를 끼치는 영향은 내 책임의 '밖'인. 이런 것들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안부 없는 쉬운 공감이란 무서운 일이다.


우리는 종종 꼭 필요한 것들을 생략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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