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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실 Aug 04. 2020

69세(An Old Lady, 2019)

이 영화를 포기하면 안돼요!

"심효정. 69세."

이리 정직한 소개가 또 어디 있을까. 중증 간병인으로 일하던 69세 효정은 책방 책사랑의 사장님이자 시인인 동인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효정은 무릎 치료를 받던 병원의 젊은 남자 간호조무사에게 씻겨지지 않는 성적인 폭력을 당하게 된다. 이후, 자꾸만 그녀를 아프게 하는 상처에 효정은 동인과 함께 경찰서로 간다. 고소와 고발의 차이도 몰랐던 이 둘에게는 피해사실에 대한 입증까지도 꽤 어려운 일이었다. 차근차근 절차를 거쳐 간호조무사를 고소하지만,

69세라는 나이는 피해자라고 칭하기가 어려운 것인지, 69세의 ‘사회통념상’ 이미지와는 다른 효정의 외적 모습 때문인지, 효정의 아픈 사실을 알거나 모르는 사람들은 모두 효정에게 편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다.

동인은 효정을 돕기 위해 가해자라는 간호조무사에게 처벌을 가하려고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있다. 반면 효정은 이를 헤쳐나가는 듯 보이지만 연이어 다가오는 힘든 상처들에 화들짝 놀라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날이 잦아진다.


영화 <69세>는 스토리보드로 다작의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임선애 감독의 첫 장편작이다.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객들에게 많은 응원을 받은 영화 <69세>. 영화는 임선애 감독이 피해자의 입장을 보여주는 방식, 그리고 우리의 편견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방식이다. 또한 한 존재가 자신을 무너뜨리려는 외부의 요소로부터 자신을 지켜내는 모습으로도 보인다. 예수정 배우는 시나리오에 자신이 연기한 효정과 같은 60대로써 느끼고 생각하는 시선이 함께 담았다고 한다. 효정 역의 예수정 배우와 동인의 역의 기주봉 배우는 각 역할에 대해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매력을 갖는다. 스토리만 듣고 지레 겁을 먹기보다는 한번 경험해보기를 추천한다. 블록버스터가 아니더라도 감독만의 서사에 충분히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에 작지만 날카로운 돌을 쥐고 있는 듯했다가, 그들의 얼굴 주름 하나하나의 연기에 려들지 않을  없었다. "분리수거할 것이 쓰레기뿐인  아느냐"라는 영화  동인의 말과 같이 아직 현실에는 볕이 들지 않았은 곳이 태반이지만, 영화를 보고  마음엔 이곳저곳에 얼룩이 가득하다.

우리가 대신하려는 조금 섣부른 용기가 주게 되는 상처. 그리고 피해자들을 위로하는 이 하나 없는 현실 속에서 효정은 시간이 지나면 멍쯤이야 낫는다고 주변인들을 위로하며 꼿꼿이 자신의 길을 걷는다.


옅게 오는 봄볕 앞에 효정의 손목의 멍과 통증이 옅어진다. 그리고 우리는 효정의 강인함 속에 봄볕 속 피어나는 작은 잎을 본다. 자신이라는 꽃을 피우기 위한 효정의 걸음은 반드시 뿌리를 단단히 내릴 것이다.

하지만, 봄볕에 눈물은 말라도 흔적은 남기에 우리는 이 영화를 포기할 수 없다.

그리고 우리 사회 곳곳에 어서 봄볕이 들기를 기다리는 마음을 포기할 수도 없다.


심효정, 69세.


참 아름다운 문장이다.



(개봉 전 GV 시사회를 통해 관람하고 왔습니다.

정식개봉은 8월 20일이며, 영화시작후 약 2분가량은 음성으로만 이야기가 전개되는 점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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