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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실 Dec 28. 2019

나이브스 아웃 (knives out, 2019)

그래서, 칼을 꺼내 들었는가?

(세 번째 문단에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고령의 미스터리 소설 작가 할란은 자신의 85번째 생일파티 이후 자살한 채로 발견된다. 사건의 진실을 찾기 위해 경찰과 자문 사립탐정 브누아 블랑이 투입되고 할란의 생일파티에 왔던 모든 가족들과 집 안에 일하는 사람까지 모두 용의자 선상에 오르게 된다. 블랑은 모든 용의자 한 사람 한 사람과 면담을 하며 사건의 조각을 맞추어가는데 가족들의 진술이 다 달라 진실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뉴욕에서 꽤 유명한 탐정 브누아 블랑은 사건의 구멍이 있다고 생각하고 늘 할란의 곁에 있던 간병인 마르타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녀와 함께 다시 한번 수사를 진행하고, 한편 곧 할렘의 유언과 재산상속에 대한 낭독식을 앞두고 있던 할렘의 가족들은 그가 남긴 유언의 예상치 못한 내용을 듣게 된다.



나이브스 아웃은 한 사건의 원인을 파헤쳐가는 추리의 성격을 띤 미스터리 영화이다. 2017년 케네스 브래너 감독의 <오리엔트 특급 살인> 이후 정말 오랜만에 상영관에서 보는 장르다. 사건과 범인. 혹은 용의자, 탐정 등의 장르적인 기본 구성을 충실히 지킨 나이브스 아웃은 표면적인 스토리는 어느 정도 예상하게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나이브스 아웃은 그 이상은 담고 있다. 때문에 우리는 어느새 할란을 죽인 사람이 누구일까-가 아닌 진실이 무엇인지에 집중을 하게 된다. 하지만 영화는 진실이 밝혀지는 것보다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가족들과 마르타에게 질문을 남겨놓고 떠난 셈이다.


이 영화에서 칼이 아닌 커피 잔을 든 유일한 사람은 할란과 마르타이다. 할란은 연극용 칼과 진짜 칼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두 개의 칼을 구분하는 방법은 '진실'에 달려있다고 한다. 영화의 제목인 나이브스 아웃은 '칼로 찌르다, 칼을 꺼내 휘두르다'의 뜻을 가지고 있다. 



할란의 가족의 마르타에게 보여준 인심은 자신들이 우월감을 느낄 때 보이는 기만이었다. 사랑과 인심으로 감싸진 기만은 날이 보이지 않는 칼이었다. 할란은 그 칼이 얼마나 쉽게 부러질 수 있는지. 더군다나 돈과 '가진 것'에서부터 비롯된 기만은 아무 힘도 없는 장난감 칼 같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마르타에게는 칼 없이도 자신만의 방법으로 살아가기를 바랐던 것이다.


영화는 우리에게 묻고 있는 셈이다. 


"칼을 꺼내 들었는가?"



•사진 출처: IMDB <Knives Out> Photo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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