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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실 Aug 16. 2020

더 헌트(The Hunt,2012)

사냥의 의미


루카스는 한 마을 어린이집의 아이들이 기다리는 보육교사다. 그의 출근을 목 빠지게 기다리는 아이들의 인기를 한 몸에 얻고 있는 루카스는 친절하고 다정한 선생님으로 보인다. 이혼 후 고향으로 내려가 생활하고 있는 이 마을은 루카스의 오랜 친구들이 함께 자란 곳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어린이집 원장에게 의아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가 그의 친구의 딸에게 부적절한 성적 학대를 했다는 것. 아이들은 거짓말할 리가 없다는 편견과 생각들에 떠밀려, 이 사건에서 거짓말을 하고 있는 사람은 루카스가 된다. 어느새 온 동네에 소문이 퍼지고 루카스를 믿어주는 사람은 아들과 친구의 가족들뿐이다. 경찰 수사까지 받게 된 루카스는 동네 마트에서 장을 볼 수 있기는커녕 마트에 다시는 오지 말라며 점원들에게 폭력까지 당한다. 루카스는 과연 이 마을에서 오해를 벗을 수 있을까


영화의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 것은 루카스 역의 매즈 미켈슨의 연기이다. 한 마을 안에서 일어난다는 설정은 사람들의 심리와 특성을 더 가까이서 볼 수 있게 하는데, 루카스의 눈으로 말하는 모든 감정은 2012년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손에 거머쥐게 한다. 또한 감독은 시간의 흐름을 마을의 풍경으로 대신한다. 물과 나무, 노을을 통해 질주하던 발을 잠시 멈추게 하는 듯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답답한 마음이 드는 것은 우리가 이 영화 속 사건이 해결되는 드라마틱한 결과가 나타나지 않아서 일 것이다. 영화를 보다 보면 예상하겠지만 영화에는 마을 사람들 전체를 두고 루카스의 결백이 속 시원하게 드러나는 '사이다' 같은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그저 1년의 시간이 지나고 아들 마쿠스의 성년을 축하하는 모임에 나가 나는 루카스의 가족들뿐.

그러면서 영화는 총을 손에 쥔 자와 겨냥을 당하는 자들을 모두 보여주며 결론을 짓는다. 루카스는 아마 쌩둥 맞은 공격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종종 시달릴 수도 있다. 우리는 그저 그가 다시 일어난 것처럼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하고 싶을 뿐이다.


이 마을을 보는 우리의 마음이 어떤가. 우리 사회와 너무나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요즘은 우리 사회에서 많이 회자되는 문제는 바로 무분별한 '악플'이다.  SNS와 인터넷이라는 마을 안에 갇혀, 한 사람이 타깃이 된 후에는 가차 없이 총을 맞는 것이다. 수면 위로 떠오른 문제의 사실 파악은 생략하고, 편견이 사실인 양 취급한다. 또한 자신들이 잘못된 사실을 알았다고 해서,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기는커녕 수많은 잘못된 의견에 갇혀 자신의 주장을 밀고 나가기 바쁘다.

우리가 나이를 먹고, 사회에 나가며 누구에게나 총이 주어진다. 그 총을 누구에게 겨누어 방아쇠를 당기느냐 하는 문제는 생각지 않는다. 많은 이들에게 동요되어 같은 의견을 내미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가진 총의 무게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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