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은 며칠이라고 생각하세요?
365일 온전히 살기
디지털 드로잉 수업을 온라인으로 수강하던 날이었다. 학업과 과외를 병행하던 대학생 선생님은 부지런한 일상을 보내는 분이셨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집에 붙어있는 시간이 하루에 4시간은 될까 말까 한 프로 취미러이고 말이다.
수업을 받으며 서로 얼마나 바쁜 일주일을 보냈는지 열띤 토론을 할 때쯤이었다. 이야기 중간에 선생님이 불쑥 질문을 던지셨다.
"한 달은 며칠이라고 생각하세요?"
"네?... 30일 아닌가요?"
"얼마 전에 새 수강생 분하고 첫 수업을 진행했는데요. 그분은 한 달이 8일이라고 생각하신대요."
선생님의 말은 즉, 현생을 살고 있는 우리는 일주일에 5일을 회사나 학교에서 보내게 된다고 한다. 좋든 싫든 하루의 1/3을 소속된 곳에서 보내야 하니 실질적으로 우리의 의지대로 살 수 있는 날은 일주일에 단 두 번 뿐이라는 얘기였다. 그리고 한 달은 4주이니 내가 진정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 수 있는 날은 8일뿐이라는 것이다.
기적의 계산법에 나는 그만 박장대소를 해버리고 말았다. 그렇지. 다른 일에 방해받지 않고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날을 따지자면 인간은 한 달에 8일, 365일 중에 96일만 살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1년에 대략 30%만 사는 것이라면 너무 비효율적인 일이지 않을까? 침대에 파묻혀 쉬고만 싶은 이도, 월세가 아까울 정도로 밖에만 돌아다니는 이도 모두 저마다의 방식으로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내는 법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걸 겨우 30%밖에 누리지 못하다니, 그렇다고 우리가 열심히 살지 않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실로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돌이켜보면 표현하는 말만 달랐을 뿐 나 또한 한 달에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는 날이 굉장히 짧다고 생각해 온 것 같다. 친구들에게 입버릇처럼 '내가 만약 신이라면 일주일을 월, 금, 토, 토, 토, 일, 일 로 만들 텐데.'라고 얘기하고 다녔으니 말이다. 그렇게 말하면 친구들은 '그래서 우리가 신이 아닌 거야.'라고 대답했지만, 일주일에 일 할 시간을 줄이는 것엔 전적으로 동의했다. 그건 '쉬고 싶다'라는 말일 수도 있지만 '일도 하고 휴식도 취하고 그래도 남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말에 더 가깝지 않을까 생각한다.
안타깝게도 천지를 개벽할 힘이 없었던 나는 어떻게 하면 일주일을, 하루를 허투루 쓰지 않을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퇴근 후에도 부지런히 움직여 보자였다. 운동, 음악, 그림, 글쓰기 등 평소에 관심 있었던 활동을 하루에 조금이라도 깨작 여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맛있는 음식과 술을 더한다면 더할 나위 없지 않겠는가?
20대 중반부터 시작한 365일 온전히 살기는 그렇게 30대 초반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지금!
그동안 알차게 살았던 내 하루들을 살짝 공개해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