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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형희 May 21. 2024

오월 이십일일 화요일

사랑은 나한테 상처를 주지만 우정은 나를 치유해주는 일들이 많다.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없어서 그런건지 뭔지..ㅋㅋ 나는 이제 내가 누굴 좋아하든 나에 대한 신뢰가 잘 안생기기도 한다. 내가 좋은 사람을 사랑하지 않나? 일부러 상처주는 사람만 골라가면서 사랑하나?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되네ㅎ 살아보니 그게 뭐 다 상대편의 잘못이라고 할 수만은 없지만. 알고보면 나도 무슨 문제가 있는거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멀어져야하는게 맞기도 하고.


나는 일전에 예상치못하게 그애를 보고 난 뒤로 그애에 대한 생각을 좀 했다. 레슨을 받을 때는 잘 몰랐는데 레슨을 옮기고 나서는 자주 안보는게 더 낫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나는 사람에 대한 내 판단이 잘 바뀌는 편은 아니다. 그렇게 행동했으면 그냥 그런 사람이다. 실제로도 잘 바뀌지도 않고. 내 눈에 그애는 그런 사람이므로 그런 사람을 보는게 나도 맘이 아프고 불편해서 안보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레슨을 잘 가르치는 것과는 별개로. 레슨받을땐 코치님이었기 때문에 문제가 아니었는데. 코치님이 바뀌고 나니까 나는 그애를 코치님이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 보게 되었다.


어떤 사람들은 누군가를 좋게 보면 그 뒤로 무슨 잘못을 하든 다 품고 좋게 생각하던데 나는 그게 왜 잘 안되는건지..ㅎ 차라리 그런 사람들이 살아가는게 더 편할거같기도 하다. 나도 그러고 싶다. 근데 잘 안된다. 이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런 사람이고 앞으로도 그렇겠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건간에.. 보는 내가 힘들다.


사람이 누구를 사랑하고 누구를 만나고 그런거는 다 그럴 수 있다. 나도 마찬가지고. 나도 이 사람을 사랑했다가 저 사람을 사랑했다가. 그렇기도 하지. 뭐 어떠랴. 나는 솔로고 결혼을 한 것도 아니고 누굴 만나고 있는 것도 아니고 바람이 난 것도 아니고 마음으로야 셋을 사랑하든 천명을 사랑하든 이랬다 저랬다 하는거지. 마찬가지로 그애가 누굴 사랑하든 그건 그애의 마음이지 내 소유가 아니다. 알아서 할 일이지.


내가 그날 상처받은 것은 그애가 나에 대한 존중이 없었다는 점이다. 나를 사랑하지 않았기에 할 수 있는 행동과 말이었지만. 본인 다치기 싫어서 남한테 상처를 주는 이기적인 면모가 많았기 때문에. 그애는 그런 사람인 것이다. 나든 그 여자분이든. 본인은 상처받는게 없고 감수할 것도 없고 그저 보험처럼 들어둔 여자를 계속 만나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그런거지. 둘 중 누굴 그렇게 사랑하는 것도 아니고. 얜 이래서 좋고 쟨 저래서 좋은데 당장 사귀고 잠자리 할 수 있는 사람을 사귀면 되는거고. 얘랑 못자면 쟤랑 사귀는거고 쟤랑 잠자리 하다가 걔로 갈아타서 잠자리 하면 되는거고. 뭐 그런 종류의 사람인거지. 그애가 누굴 사랑한다고 볼 수 있나. 이것도 내가 아는 빙산의 일각인거지 나한테 하듯이 다른 여자가 많을 수도 있지. 꼴값도 그런 꼴값이 없긴 하지만ㅎ 뭐 자기 인생이니까 자기 맘대로 사는거지. 내가 한때 그애를 좋게 생각했던게 다 거짓말같고. 내가 사람을 잘못본건가 싶고. 이 정도면 내가 보는 눈이 없는걸 넘어서 눈깔이 없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나는 그래서 이제와서 든 생각이지만 E가 한 말에 대한 의미를 알 것 같다. 별로 좋은 놈이 아니니 깊게 맘 품지말고 대충 사귀다 적당한 때 헤어지란 소리였겠지. 근데 난 그것도 잘 이해는 안된다. 굳이? 싶기도 하고. 자기가 무슨 마담뚜도 아니고 뭔 여자를 들이밀어주냐ㅋ 애한테. E가 그러지만 않았어도 나는 E의 다른 결점들에 대해서 그냥 그러려니 했을텐데. E도 나에 대한 존중이 없었다. 그럼 내가 뭐가 되니. E는 잘못했다. 별로 좋은 놈이 아니면 만날 필요가 없다고 했어야지. 아니면 애를 혼내든가. 이 사람한테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고 저 사람한테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다는 마음은 판단력을 흐리게 하나보다. 어떤 때는 냉정하게 행동 할 수 있어야지. 그게 다른 사람을 위하는 길이다. 하긴 다른 사람을 위하는게 아니라 자기가 좋게 보였으면 하는 마음이란건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니까.


그리고 제일 웃긴건 나다. 이런 병맛같은 스토리 속에서 내가 그애가 신경이 쓰였다는 점이겠지. 이기적이고 날 사랑하지 않고 날 본인의 즐거움에 이용하려고 했던 사람에게 마음이 갔던게 웃긴거겠고. 좋게 생각했던 것도 웃기고. 다시 호감이 갔던 것도 웃긴거고. 뭐 어떤 면으로는 좋은 사람이겠지. 좋은 면도 있다는걸 안다. 연애적이고 사랑적인 면을 제외하고. 성실하기도 하고 자기관리도 하고 운동 잘하는게 신기하고 대단하다. 어릴때부터 힘든 생활을 버틴게 대단하다고 생각하긴 하지만..ㅎ 여자를 우습게 아네. 날 사랑하지 않으니까 그렇게 무례하게 행동했겠지만. 그것도 뭐.. 지 자유다. 어떻게 행동하든. 지 ㅈ대러 사는게 사람인생이고 내가 알던 수많은 남자들이 그러했듯이 걔도 그냥 그런 남자들 중 하나인거지 뭐 특별하겠냐. 사람이 다 거기서 거기고 똑같은거지.


그리고 이런 점들이 늘상 관계를 악화시켰기도 하다. 내가 그 사람을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부터. 나에게 본인이 특별한 존재이기를 바라는 남자들이 전혀 특별하지 않은 존재가 되는 지점부터. 늘상 개싸움이 되곤 했지. 내 생각엔 그렇다. 날 존중하지 않는데 내가 상대방을 존중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있어서. 그렇다고 뭐 하대하고 그런건 아니지만. 내 의견이지만 남자들이 더 민감하고 예민한거 같다. 딱히 별 표현을 안하는데도 어떻게 그렇게 금방 캐치를 하는건지..ㅋㅋ 시비거는데도 도사다. 나는 니가 그렇게 행동하기 때문에 내가 식었다고 생각하는데 남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거 같다. 내가 식는 이유가 그저 내 문제라고 생각하는걸 보면. 아니면 다른 남자가 생겨서 그런거 아니냐는 식으로 생각하거나. 글쎄. 식어서 다른 남자가 눈에 들어온건지도 모르고. 그렇다고 바람핀 적은 없다. 그것도 우습지. 내가 뭐 남자없으면 못사는 사람도 아니고. 내가 그 사람에게 마음이 다 했기 때문에 끝내는 것이다. 그애는.. 안그러겠지. 걘 외로움도 많고 잠자리도 해야하고 심심하고 여자는 있어야겠고 여자를 좋아하니까 갈아탈 여자 생기기 전에는 보험처럼 만나다가 결혼하고 또 바람피고 그러겠지. 그런 사람 본 게 한 두명도 아니다. 나는 왜 이렇게 별스러운 남자들을 많이 본건지 모르겠다ㅋㅋ 이 나이즈음 살아오다 보니 별 거지같은 새끼들을 많이도 봤다. 사람마음이 AI가 아니니까 딱 딱 잘라서 모두가 도덕적으로 살 순 없겠지만.


요즘은 결혼에 대한 생각도 전같지는 않다. 어차피 난 남자보는 눈도 개그지같고ㅋ 눈이 발바닥에 달렸나. 그냥 잘 살다가 괜찮은 사람 생기면 연애나 하면서 사는 것도 괜찮을거 같기도 하다. 도대체 남자에 대한 신뢰가 안생기네 ㅋㅋ 하나같이 다들 왜 이러냐 어딘가 하나씩은 다 나사가 빠져있네. 그래도 그럭저럭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내가 내 성질머리를 모르는 것도 아니고. 그 꼬라지를 계속 봐야 하는 내가 힘들다. 생각해보면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결혼 생각이 없었던건데 다시 생겼던 것도 뭣때문인지 모르겠다.


다 지치네 ㅋㅋ


사는게 빡쎄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일찍이 좋은 사람 만나 잘 사는건지 모르겠다. 물론 속 사정이야 내가 알 길이 없지만 겉으로 볼 땐 좋아보이든데..ㅎ


나는 좀 지쳐서 G에게 만나자고 했다. 개바쁜 G. 그래도 G는 보자고 하면 꼭 시간을 빼둔다. 한달 뒤지만..ㅋㅋㅋ 이눔자슥. 하긴 내가 시간이 많지 G는 바쁜 시기니까. 그리고 내가 얘를 만나야 맘이 편하고 즐거워. 뇌도 좀 빼둬도 되고. 목마른 사람이 우물파는거 아니겠나. 내가 보고 싶어서 보자 했으니 한달 정도야 기다릴 가치가 있다.


그리고 이따가 만날 H와 D도 있도.


N도 보자고 한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것들이 왜 이리 많은지. 사랑만큼 폭력적인 것도 없다. 사랑이란 이름표만 붙이면 허용되는게 참 많네. 사랑에 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도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사는 내가 병신같이 느껴지는건 여전하구만. 사랑이란 영역에만 들어오면 내가 유별난 사람이 되는 것 같다. 별나게 도덕적으로 구는 사람. 어쩌면 E의 말대로 즐길대로 즐기는게 올바른 형태일지도 모르지. 나도 그렇게 살아야하나ㅋ


잘 모르겠다.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지.


근데 지금 나는 힐링이 필요하다.


L클럽을 관둬야하나. 볼때마다 그런 사람으로 보여서 내가 더 병신스럽게 느껴질거같은데..ㅋㅋ 내가 계속 보면서 다니는게 가능할지 잘 모르겠다. 원래 내 성격대로라면 벌써 관뒀을텐데.. 최근들어 L클럽 사람들하고 친해져서 당장 관두기엔 아쉬운 부분이 조금 있다. 비슷한 구력인 사람도 필요하고.


이 부분은.. 좀 더 생각해봐야겠다. 잠깐 보류.


지친다.


이런저런 생각들이.


그냥 즐겁고 행복한 관계가 그립고.


G하고의 만남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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