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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형희 Jun 22. 2024

유월 이십이일 토요일

내내 덥더니 비가 내린다. 더운기가 좀 가시니 좀 나은거 같기도 하고ㅎ 습해서 별로인가 싶기도 하고ㅎ


요즘엔 모기에 뜯기는 것도 일이다. 그럭저럭 테니스는 쭉 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코트장에는 모기가 많을 수 밖에 없다. 


어제는 테니스가 재밌었다. 재밌다가도 지루하고 지루하다가도 재밌고 매일 왔다갔다 하는 일상이다. 


P의 말대로 나는 테니스보다는 골프하고 더 잘맞을지도 모르지만 체력 때문에 시작한 운동인데 재미를 붙여놔서 그만둬지지도 않는다. 아니면 D의 말대로 우리가 지역 클럽에 들어가지 않았더라면 우리도 그만뒀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테니스가 막 느는 지점을 지나가고 나면 같이 칠만한 사람도 적어지고 연습할 공간도 마땅치않고. 또 어느 시점이 지나가고 나면 자기와의 싸움이 길어지니까. 게다가 혼자 하는 운동도 아니라서 이런 사람도 만나고 저런 사람도 만나고 그러다보면 사람때문에 운동이 싫어지기도 한다. 참 변수가 많은 운동이야ㅎ


두 세달 전부터 골프를 배워볼까 하던 생각이 있긴 했는데 아직도 골프를 배울 생각이 있긴 하다. 도대체 골프가 뭐길래 그렇게 사람들이 재밌어 하는건지 아직 궁금하기도 하고. 언젠가 G하고 골프를 치면 재밌을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때까지 친하게 지내게 된다면!ㅎ G가 골프를 얼마나 잘치는지도 궁금하다. 참 궁금한 면이 많은 친구야. D하고도 골프를 치면 재밌을거 같다. 우린 깔깔대고 놀러다닐 수 있을거 같다. 재밌을거야.


운동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있는데 나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물론 꼭 좋은 사람만 있는건 아니지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내 안의 확장성을 느끼고 있다.


최근들어서 생각한거지만 내가 더 너그러워진 면에 대해서. 나는 L클럽의 총무님을 좋게 보진 않았었다. 1년 전만 해도ㅎ 나는 1년 전만해도 지금보다 더 까다로운 사람이었고 더 화가 많았고 용서가 잘 없는 타입이었다. 좋고 싫은게 너무 분명했고. 말그대로 굉장히 꼬장꼬장한 편이었는데 요즘에는 나 스스로 느끼기에도 조금 더 넓어진 기분이 든다. 최근들어서는 총무님에 대해서 그렇게 싫다는 느낌은 없어졌다. 물론 단점도 분명 있는 사람이지만 장점도 충분한 사람이다. 


그리고 최근엔 이런 타입들이 더 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k코치님도 그렇고. 나는 어느정도 사교적인 부분이 있는 사람들이 더 편해졌는데 너무 낯가리거나 자기고집이 강하거나 자존심이 너무 쎈 사람한테는 피곤함을 크게 느끼고 있다. 


조금은 사교적이고 유들유들하고 긍정적이고 약간의 농담도 할 줄 알고 선하고 마인드셋이 건강한 사람들이 좋다. 물론 누구나 좋아할만한 성격이지만. 나도 그런게 좋다. 


이래서 전에 G가 미국의 오하이오 어쩌구 캘리포니아 지역의 유쾌한 남자 스타일이 잘 어울릴거 같다고 한 것 같다. 


나는 너무 진지한 사람도 힘들고 안좋은 일 하나 있다고 확 무너지는 사람도 힘들고 내 말 한마디에 토라지는 사람도 힘들고 등등 


어려서는 저런 타입이 뭔가 남자답다고 느끼곤 했는데 지나고보니까 그래서 내가 그렇게 겁나 피곤했다 싶다..ㅎㅎ 가벼운 사람이 좋다는건 아니지만. 삶에 대해서 진지한 태도로 임하되 유쾌한게 좋다. 긍정적이고 밝고 건강해서 좋잖아. 어려운 일이 생겨도 또 긍정적인 마인드로 대하면 자기도 덜 힘들도 주변 사람들도 덜 힘들다. 


내가 1년 전에 남자를 보는 눈과 지금의 눈이 또 달라져있다. 


만나면 편안하고 긍정적이고 유쾌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선한 사람이 좋은 것 같다. 


그래. G의 말대로 유쾌한 사람. 걔는 어떻게 그렇게 그런것도 잘보는지 모르겠다ㅎ 가끔 보면 나보다 오래 산 사람같다니까. 가끔은 애같고. 뭔가 배울 점이 많은 친구다. 


아무튼 그렇게 또 친구들이 늘어가고 있다. 총무님이나 회장님이나 감사님이나 좋은 친구가 되어가고 있고. P나 제이도 그렇고. 


친구가 된다는 것은 그런거니까. 이 사람의 단점도 알고 장점도 알게 되고. 싫은 부분도 있고 좋은 부분도 있고. 그 모든것들을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게 되는 순간과 지점이 온다는 것. 물론 너무 불편한 사람하고 굳이 마주보면서 살아가야 할 필요는 없겠지만 좋을 때도 있고 좀 그럴 때도 있고. 그럼에도 서로 웃을 수 있는 관계가 친구이니까. 


어느 시점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조금 더 넓어진 부분을 느낀다. 내 까다로운 면들이 깎이고 깎여서 둥글어진 면이 되어가는 느낌.


좋은 사람들을 알아가는 중이다. 나도 점점 더 자라는 중이고.


그리고 또 동시에 여전한 궁금증이 있다.


세상 사람들에 대해서. 세계에 대해서.


내 나이가 되어도 이렇게 배우는게 계속 생기는데 앞으로 뭘 더 배울 수 있을지도 궁금하고. 


살아간다는게 조금은 즐거운 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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