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 십오일날

1030_로마 2일차

by Simba

십오일째. 로마에서의 아침은 이모의 노크 소리로 시작됐다. 6시 반 남짓한 시간에 누군가 노크를 했다. 한인민박이지만 나름 호텔 이름이라 그런지, 청소를 해주는 모양이다. 조식 장소를 안내할테니 같이 가자고 했다. 밥은 먹어야지. 청소는 괜찮고 타월만 갈아달라고 했다. 매일 1개의 타월. 호텔까진 아니고 모텔과 민박 사이인듯 하다. 조식은 옆 건물에서 먹었다. 한국인 여행객들은 머쓱한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조식때도 마찬가지지만, 낯을 가리는 건지 경계를 하는 건지 멀뚱 멀뚱 밥만 먹고 있다. 몇일 유럽에 있었다고 이런 분위기가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신경쓰지 않고 밥을 먹었다. 국이 나오긴 했지만 조식은 배를 채우는 정도로 만족해야했다.


오늘은 정말 휴식을 취할 요량이다. 하루는 쉬어도 되겠지. 오전 내내 잔 듯하다. 몸이 개운하지만 찌뿌둥하기 하다. 부지런해진건지 또 나가고 싶어졌다. 생각보다 날씨가 좋다. 비가 오다 그쳤다. 양말을 세탁했다. 화장실에서 조물조물하고 방안에 널었다. 옷 세탁은 5유로를 주고 세탁기를 빌려야한다. 다 돈이다. 크리스티나는 무료로 해줬는데. 마드리드가 살짝 그립다. 가볍에 짐을 챙기고 거리로 나섰다. 로마에서도 메트로는 타지 않을 생각이다. 꽤 시내에 위치한 숙소 덕이기도 하고, 1-2키로 정도 되는 거리는 걸어다니는 게 관광에 좋다는 걸 알았다. 유럽 도시들은 관광지 만큼 걸으며 골목을 보는 것도 좋다. 건물들이 하나같이 매혹적이고, 전통적이다. 걸으며 곳곳에 위치한 상점들을 구경하기도 하고, 카페에 들러 에스프레소 한잔을 마시기도 좋다. 신발에서 냄새가 나기 시작했지만, 냄새 제거제를 가져온 덕에 아직 세탁하지 않고 조금 더 견딜만 하다. 한국 식료품점에 들렀다. 햇반도 판다. 숙소에 전자레인지가 없기에, 뭘 사도 무용지물이다. 석식이 되기에 컵라면도 굳이 필요가 없어 보인다. 다음을 기약하고 나왔다. 돈을 인출했다. 100유로를 뽑았는데 15만원이 나갔다. 수수료를 포함하면 얼추 맞는 것 같다. 몸에서 피가 나가는 느낌이다. 마지막 돈이니 아껴써야지.


한국에서 찾은 카페를 기준으로 걸었다. 로마 중심가로 향했다. 스페인 광장에 도달하니 사람이 많았다. 확실히 한국인이 많다. 거리에서 한국어가 들린다. 스페인 광장과 스페인 계단. 왜 스페인인지는 모르겠다. 찾으면 이유를 알겠지만, 하나하나 알아가며 여행을 하고 싶진 않다. 공부가 아닌 그저 보고 느끼고 싶다. '트리니타 데이 몬티 성당'은 '사크레쾨르'성당 만큼은 아니지만 계단 위라 전망이 좋았다. 많은 관광객 사이로 사진을 찍고 안으로 들어갔다. 기도를 올렸다. 좋았다. 대성당 보다 상대적으로 작은 이런 성당이 좋다. 떠나기 전 더 작은 성당을 찾아봐야겠다.


미리 봐둔 초콜릿 가게를 갔다. 'venchi'라는 가게였다. 선물을 하나 고르기로 했다. 초콜릿은 비싸고, 녹거나 부숴질 염려가 있다. 초코 올리브 기름이 있다. 소스 같은 거냐고 묻자, 점원이 샘플을 한 스푼 떠줬다. 엄청 맛있었다. 한병에 7유로. 선물은 예산에 있는 거니 샀다. 점심으로 먹은 라자냐와 에스프레소, 선물로 산 초콜릿 오일은 로마의 낮은 물가를 보여준다. JCB카드도 되는 곳이 꽤 있고,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구경할 것들이 많았다. 현지인들도 입에 젤라또 하나씩은 입에 물고 다니고, 곳곳에 보이는 옷가게는 이탈리아 클래스를 보여준다. 내가 이곳저곳 상점에 들어간다는 건 그만큼 재밌다는 이야기다. 다음 목적지를 AS ROMA store로 잡았다. 꿈이었다. AS로마 가게에서 뭐라도 하나 사고 싶었다. 바닥난 예산이지만 배지라도 사야겠다는 심정으로 가게를 들어섰다. 데 로시의 유니폼이 날 반겼다. 풋살볼을 시작으로 수많은 상품들이 보인다. 2층에는 티켓팅하는 장소도 있는 걸 보니 공식 판매처가 맞는 듯 했다. 인터넷으로 살까 고민했던 모자가 눈 앞에 있었다. 더 많은 종류도 있었다. 20분 정도 이것저것 써보니 직원인지 모를 아저씨가 물끄러미 쳐다봤다. 사고싶다. 하루만 더 고민하고 내일 오기로 했다. 아직 로마여행은 많이 남았으니.


로마 시가지는 그저 걷는 것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로마의 테마는 구경과 휴식으로 정해야겠다. 머무는 동안 숙소에서 일자리도 조금 찾아야겠지만, 여유를 가지고 여행할 수 있을 듯 하다. 또다시 많이 걸어버렸다. 걷는 걸 좋아하는 취향이 여행에서 제대로 드러난다. 저녁을 먹기 위해 6시 반경 숙소로 돌아왔다. 저녁은 닭갈비였다. 점심때 먹은 이탈리아 라자냐도, 마드리드 홍합탕도, 한국식 닭갈비도 뭐하나 안맞는 게 없다. 영어만큼이나 입이 국제적이라는 걸 깨닫는다. 맛없다고 투덜거리는 중년 부부가 눈앞에 보인다. 난 맛이 좋아 두 그릇을 해치웠다. 내 입맛이 싸구려라면 차라리 다행이다. 요즘은 까다로운 사람이 대접받지 못하는 시대니 말이다. 가는 길에 산 콜라와 포켓커피가 마음에 든다. 씻고 취업사이트를 들어갔다. 몇몇 일자리가 눈에 보인다. 오늘은 조금 늦게 잠이 들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유럽여행 십사일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