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 이십삼일날

11/07_프라하 첫째날

by Simba

풍경으로는 가장 아름다웠던 베네치아를 뒤로 하고, 유일하게 호텔을 숙소로 잡은 프라하로 이동했다. 현지 사람들은 '프라가(Prague)'로 명명하는 이 도시는 유독 한국인들에게 인기가 좋다. '로맨틱한 도시'라고도 하는데, 아무래도 드라마 영향이 크다. <프라하의 연인>덕분에 길거리는 한국인으로 넘쳐났다. 정말 내가 갔던 곳 중 가장 많은 동양인이 거리에 있었다. 거리에 쏟아져 나온 한국인들을 마주한 것은, 배낭 여행객에겐 썩 달갑지 않았다. 유럽에서(물론 유럽은 국내 여행객이 없을 수가 없는 곳이지만) 동떨어진 이방인으로 존재하고 싶었던 나는, 덕분에 프라하가 최악의 도시로 남고 말았다.


그럼에도 숙소는 기대한 그대로였다. 더블베드의 방은 아시아 여행객들에게 인기인 곳이었고, 영어를 잘하는 직원들과, 깔끔한 방, 훌륭한 조식이 함께 했다.


"그냥 쉬자"


3박 4일 일정동안 여행의 중압감으로 이 도시 곳곳을 돌아다녀야 한다는 것을 잘 안다. 그래도 애초의 목표대로 많은 휴식을 나에게 부여하기로 했다. 호텔에서의 휴식은 모처럼 꿀이었다. 베네치아 한인 민박도 그런대로 좋았고, 아니 같은 여행객들끼리 어울리는 것도 그만의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혼자 큰 방을 누리는 것도 여행에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면 특권이다. 숙소에 도착해서 체크인 한 시간이 5시는 되었을까. 살짝 쌀쌀해진 날씨를 무릅쓰고 밖으로 나섰다. 저녁으로 한인 민박 집 친구들이 추천해준 '짬뽕'을 먹어볼 예정이다.


프라하에서 꼭 먹어야 하는 음식은 꼴레뇨도, 굴라쉬도 아닌 짬뽕이었다. 뭔 프라하까지 가서 짬뽕을 먹냐 했지만, 인생 짬봉을 프라하에서 먹을 수 있다는 말에, 소주 한잔이랑 먹으면 딱이겠다는 생각을 했다. <ㅈㅂ(주방)>이라는 이 한인 식당은 한인 여행객들에게 굉장히 유명한 중국집이었다. 중국집치고는 깔끔한 인테리어에 약간 높은 가격대, 고급스러운 맛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동양인 직원에게 한국말로 인사를 건네니 난색을 표한다. 서둘러 영어로 포장이 되냐고 물었고, 친절하게 지하로 가서 주문하라는 답을 들었다. 한식당이라 한국어를 할 줄 알았다는 건 내 착각인가. 지하 직원들도 한국어는 불가능했다.


시간도 늦고, 왠지 식당에서 혼자 먹기는 싫어서 포장을 해서 왔다. 한인 마트를 들렸다. 프라하 여행객들은 무엇 때문인지 약간 상기된 듯 보였다. 유독 커플이 많았다. 한국 시골 상점에 온 듯 했다. 혼자 소주를 집는 내가 멋쩍었지만 이어폰을 굳게 꽂고 태연한 척 했다. 마트 직원은 한국어가 능숙했다. 현지인인 듯 했지만 친절했고, 한국 문화에 익숙한 듯 했다. "누나!"라며 큰 소리로 직원에게 인사하는 한국인이 있었다. 이것 저것 주문을 하고, 좁은 가게에서 커플들 사이에 끼어 계산을 했다. 프라하는 최악이다.


어쨌든 숙소로 돌아왔다. 오는 길에도 보이는 수많은 단체 관광객들. 중국인인지 한국인인지 모르겠지만 호텔에도 아시아 관광객으로 득실댔다. 나도 동양인이지만 수많은 '동양인 관광객' 중 하나가 되고 싶진 않았다. 혼자가 되고 싶어 왔는데, 또다시 다수 중 하나가 된 듯 했다.


숙소에 와서 정리를 하고 짬뽕을 먹었다. 인생 짬뽕이다. 맞다. 프라하에 오면 짬뽕을 먹어야한다. 소주 한병을 먹고 기분이 좋았다. 이제 어느덧 여행온지 이십여일이 지났다. 타국 같은 느낌도 없고, 낭만도 그리 없다. 나이가 들어서일까. 20대 초반의 여행객들과는 내 마음이 다르다. 여행도, 공부도, 사랑도 일찍 하는 게 좋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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