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과 그레타의 방향에 대해

영화_비긴 어게인

by Simba

키이라 나이틀리의 'A step you can't take back'엔 "하나님에게 기도하지 마, 답해주지 않을거야don't pray to God, cause he won't talk back"라는 가사가 있다. 염세적이고 자전적인 내용은 아름다운 선율과 목소리에 역설적이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그레타의 음악을 감상하는 군중 속 댄의 미소가 보인다. 800만 달러의 제작비로 4,70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둔 <비긴 어게인>의 시작이다.


현재 <어벤져스: 엔드게임>으로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마크 러팔로가 힘겹게 몸을 일으킨다. 'The walls'의 'Drowning Pool'가 잔잔하게 깔린다. 씻기를 중단하고 다시 침대로 돌아간 댄의 귓속으로 문자메시지 알림이 들어온다. 음악 제작자인 댄은 잠에서 깨자마자 담배를 입에 물고, 딸의 학교 앞 정차한 차 안에서 술을 몰래 마시는 예술가란 핑계 뒤에 숨은 방랑자다.

댄과 사울의 관계는 감독이 보여주고자 하는 영화의 분위기를 대변한다. 마치 그레타와 데이브의 관계와도 같다. 현실과 이상의 벽, 그리고 그 추종자들. 음악 영화에서 종종 발견되는 그 단절된 공간은 이상주의자와 현실주의자의 싸움도, 예술과 돈의 것도 아니다. 단지 그로 인해 발생되는 감정의 깊이일 뿐. 십대 딸이 상담 치료를 받는다는 사실에 같이 살지도 않는 아빠가 자신이 더 잘 안다며 분노하는 것은 분명 그가 확신에 가득 찬 방만주의자임에 틀림없다. 댄은 그런 사람이다. 그런 댄을 바이올렛은 비웃는다.

무엇 하나 되는 일 없는 하루의 절정은 역시 시동조차 걸리지 않는 자동차다. 진부한 클리셰를 선사하고 댄이 찾아간 곳은 바로 처음, 그레타의 음악이 존재하는 작은 바였다.


그레타와 댄은 장소를 옮기고 서로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 대화가 마치 노래처럼 들린다. 크게 중요하지 않은 대화다. 하지만 이야기의 중요성은 여기서 드러난다. 영화 속 대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 않다. 대화가 상생하며 이야기는 풍부해지고, 영상 예술인 영화는 눈과 귀를 넘어 이해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대화와 이야기는 각본과 배우의 연기에 달렸다. '다양성 영화'라는 타이틀을 걸고 800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인 건 대배우들의 열연 때문일 것이다. 그 덕에 대화는 힘이 실리고 주고받는 단어에는 선율이 살아난다.

집으로 돌아온 그레타는 전화기 속 풍경을 통해 과거를 추억한다. 그레타와 데이브의 추억이 플래시백으로 연결된다. 그녀가 부른 'Lost Stars'가 현재와 과거를 관통한다. 이내 조금 더 경쾌한 'Coming Up Roses'가 흐른다. 데이브와 그레타의 갈등이 웃음 뒤로 긴장감 있게 살아나고, 절묘하게 'No one esle like you'가 커피를 나르는 그레타를 따라 이어진다. 'Maroon5'의 보컬 애덤 리바인데이브의 목소리를 영화에서 들을 수 있다는 것도 큰 행운이다. 감독은 신기한 기법을 썼다. 그레타 친구 스티브의 집에서 플래시백 속 플래시백을 보여준다. 과거에서 한 번 더 과거로 들어가는 것이다. 뉴욕으로 오기 전 그레타와 데이브는 'Lost Stars'의 탄생에 기뻐한다. 창문 밖으로 눈이 내리고, 크리스마스를 자축하는 키스를 주고받는다. 뉴욕에선 두 사람의 키스가 일종의 의무처럼 보인다. 이상과 현실, 마치 댄과 사울을 보는 듯하다.

데이브의 새 음악엔 다른 여자를 향한 사랑이 담겨 있었고, 그레타의 눈엔 분노와 슬픔이 함께 차오른다. 그레타는 스티브의 손에 이끌려 작은 바로 향한다. 댄이 손뼉을 친다.


영화의 중반에 이르러서야 이야기는 겨우 진행된다. 댄의 진심이 통했고, 둘은 음반사로 향한다. 아내에게 면도기는 왜 달라 했는지 수염이 그대로인 댄과, 페이스북 따윈 하지 않는다는 그레타는 어쩐지 닮은 모습이다. 두 이상주의자는 사울의 사무실을 찾는다. 현실주의자의 눈엔 그레타가 성에 차지 않는다. 댄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녹음을 권한다.

영화의 시그니쳐 장면인 뒷골목 버스킹은 이렇게 시작된다.

댄과 그레타의 신파가 나온다. 댄은 아내 미리암의 외도 사실로 자신이 이성을 잃었다고 고백한다. 지루한 댄의 이야기 끝엔 두 개의 이어폰을 연결해 하나의 음악을 들으며 뉴욕을 헤매는 두 사람의 공유가 이어진다. 댄과 그레타는 싸우고 화해하고 함께 음악을 듣고 춤을 춘다. 흔한 로맨스 영화의 사랑과 같은 진행이지만 두 이상주의자는 각자의 연인에게 받은 상처를 답습하지 않는다. 밴드의 녹음은 성공으로 귀결되고, 그레타는 데이브의 공연장으로, 댄은 아내의 품으로 돌아간다.

그레타는 늦은 밤 댄을 찾아온다. 사울과 계약하지 않겠다고. 그들은 온라인으로 음악을 낮은 가격으로 판매한다. 사랑은 이성적으로, 음악은 이상적으로. 댄과 그레타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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