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_인사이드 아웃
스티브 잡스가 1,000만 달러를 투자해 '픽사'의 탄생이 이루어진 이후1, 2000년 봄 영화의 모든 등장인물이 인간인2 첫 영화인크레더블가 제쟉됐다. 그리고 2015년 여름, 그러한 인간의 감정을 다룬 '픽사'의 작품, <인사이드 아웃>이 개봉했다. 국내에서만 4,969,735명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의 관객을 동원하며, 전 세계적으로 '대박' 흥행을 이끌었다.
<인사이드 아웃>을 보다 보면, 우디 앨런의 1972년 작 <섹스에 대해서 알고 싶어하는 모든 것>이 떠오른다. 섹스에 관한 궁금증을 옴니버스식으로 구성한 이 작품은 마지막 에피소드를 통해 섹스의 과정에서 남성의 체내 속 기관들이 하는 역할과 심리 상태를 재밌게 그려냈다. 특히 기관과 심리를 의인화해서 마치 육체의 주인을 보조하는 역할로 표현했다는 것이 신선하다. <인사이드 아웃>은 감정에게 그러한 역할을 부여한다. 색을 수로 규정할 수 없듯, 감정 또한 그 경계를 가늠할 수 없다. 피트 닥터 감독은 영화 속 가정을 통해, 기쁨조이, 슬픔새드니스, 짜증디스거스트, 분노앵거, 소심피어 등 다섯가지 감정을 탄생시켰다. 각 감정의 역할은 분명히 나누어지고, 갓 태어난 아이 '라일리'를 통해 캐릭터들의 성장도 함께 도모된다.
조이는 라일리의 행복을 담당한다. 영화는 말한다. "11살 인생에 별일이야 있겠어요?"라고. 아이에게 눈물은 나쁜 것이다. 눈물은 슬픔이며, 슬픔은 배제되어야 할 감정이다. 새드니스는 고립된다. "하는 일이 뭔지 모르겠지만, 달리 보낼 데도 없으니 ..."라는 조이의 대사는 관객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앵거는 라일리의 주장을 관철시키고, 피어는 안전을 책임진다. 심지어 디스거스트는 브로콜리와 같은 '싫어하는 것'으로부터 라일리를 보호한다. 조이는 새드니스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려 한다. 하지만 슬픔의 주체인 새드니스는 눈물과 우울의 표상일 뿐이다. 라일리는 현명한 부모와, 따뜻한 고향 미네소타 덕분에 긍정적이고 밝은 아이로 성장한다. 하키 등 운동에 능하고, 교우관계가 좋고, 슬픔도 씩씩함으로 극복하는 행복의 아이콘이다. 그런 라일리에게 인생의 첫 고비가 닥친다. 바로 '이사'다. 라일리 가족이 선택한 새로운 환경은 라일리에게 부정적인 요소로 가득하다. 정든 학교와 하키팀, 친한 친구들과의 이별, 유년 시절의 가득했던 추억의 소멸 등 라일리는 처음으로 겪는 고난에 봉착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조이와 새드니스가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장기기억 저장소에 표류하게 된다. 웃음이 사라진 라일리를 위해 앵거와 피어, 디스거스트는 가출을 감행하고 엄마의 카드를 훔치니 라일리는 미네소타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싣는다.
밝음만을 강요받은 라일리에게 슬픔은 죄악이다. 라일리는 항상 밝아야 했다. 밝다는 것은 강하다는 것이고, 강함을 강요하는 것은 일종의 폭력일 수 있다. 슬픔은 나약함이다. 나약함의 표출은 패배가 아니라 감정의 토해냄이다. 하나의 노래를 살펴보자. 크리스마스 동요 <Santa Claus is coming to Town>의 한국어 가사엔 '울면 안 돼, 울면 안 돼. 산타 할아버지가 우는 아이에겐 선물을 안 주신대"라고 한다. '우는 것은 나쁜 것'이라는 잠재적 개념이 내포되어 있다. 감정의 억눌림이 강요된 것은 비단 어린아이에 대한 부모의 교육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교실에서 떠드는 아이'는 나쁜 아이이고, 불이익을 받게 된다. 부모와 교사는 일과 육아, 다수의 학생이라는 공통된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즉, 부모에게 우는 아이는 노동의 증가를 뜻한다. 교사에게 떠드는 아이 역시 생산성을 떨어트리고, 노동의 강도를 심화시킨다. 사회의 지속성이라는 개념에서 감정의 억압은 비용을 줄이는 가장 편한 길이라는 암묵적 합의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은 오랜 역사에서 개인의 행복보다 사회의 안전과 높은 성장을 위해 이러한 간편한 방식을 채택해왔다. 라일리와 조이는 이러한 긍정주도 사고방식happiness-oriented에 쉽게 동조하는 현대인의 초상인 것이다. 라일리가 부모의 품에서 울음을 터뜨리고, 조이는 새드니스의 존재이유를 깨닫는다. 그리고 처음으로 슬프지만 행복한 감정을 장기기억으로 탄생시킨다.
영화는 말한다. 감정, 그 경계의 모호함을 그리고 자유로움을.
참고자료 1
- 윌터 아이작슨 <스티브 잡스> P.451 내용 참고
참고자료 2
- 데이비드 A.프라이스 <픽사 이야기> P.365 내용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