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영업
그 일곱 번째 이야기
응당 영업직은 실적의 일정 부분을 인센티브로 받기 때문에 평균 급여가 높다. 사실 급여라는 말은 맞지가 않는 것이, 영업사원 모두가 개인 사업자이기 때문에 일종의 '정산액' 개념에 보다 가깝다. 당시엔 캐피털 사에 입사하면 3개월까지 간 기본 급여(140만원)가 주어지고, 4개월 째부터는 오로지 인센티로만 산정이 되었다. 입사 3개월 후 실적이 없으면, 말 그대로 손가락을 빨아야 하는 것이다. 잘 버는 사람은 한 달에 천만 원도 넘게 벌고, 실적이 전혀 없는 사람은 오히려 마이너스였다. 나는 평균적으로 200만 원을 조금 상회하는 수익을 올렸는데, 노력과 받는 영업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전혀 만족스럽지 못한 수치였다.
최근 <오징어 게임>이라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를 봤다. 나뿐 아니라 세계적인 인기를 끌 정도로 많은 사람이 본 작품이다. <오징어 게임>은 사회에서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의 빚을 진 인간들을 모종의 조직이 납치, 감금해 단순한 규칙의 게임(이를 테면 '오징어 게임'같은)으로 최종 1인의 우승자를 가르는 서비이벌 게임에 대한 이야기다. 이 드라마의 인물들, 그러니까 게임의 참가자들은 감금된 후 투표(?)를 통해 게임을 멈추고 풀려난다. 하지만 서바이벌 게임보다 각박한 세상살이에 다시 시설로 자진해 돌아오고, 결국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배틀로얄'에 참전한다. 이 작품을 보면서 내 대출영업 시절 각박했던 영업장이 떠올랐다. <오징어 게임>처럼 총, 칼을 들고 살육을 펼치진 않았지만 우리 역시 정해진 대출 시장 안에서 먹고 먹히는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었다. 웃으며 인사하는 팀 동료 사이에도 도움이 되는 사람, 별 볼 일 없는 인간으로 구별이 존재했고, 그런 서러움을 받다가도 나 역시 상대를 이분법적으로 바라보는 속물이 되어가고 있었다. 나는 9부작인 <오징어 게임> 중 8화까지만 본 상태다. 많은 드라마처럼 후반부 뒷심 부족이 나의 시청을 중단케 한 주된 이유긴 하지만, 결국 해피엔딩과 배드엔딩 사이 줄타기하는 우리네 인생의 축소판을 보는 것 같아 불편한 마음도 그 한몫을 했다. 대출 영업은, 아니 모든 영업직은 다수의 배드엔딩 위 소수의 해피엔딩으로 꾸며진다. 평등한 규칙 위 극한의 경쟁 속 승자와 패자의 <오징어 게임>처럼, 나의 20대 중반도 너무 이른 사회의 어두운 면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