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9_브뤼셀에서 파리로
넷째날. 생각보다 유럽에서의 생활은 그 적응이 잘되고 있다. 시차도, 음식도, 잠지라도 전혀 따로 적응할 것이 없었다. 불면증마저 사라졌다. 아니, 오히려 일찍 잠들고 일찍 일어난다. 시차가 없다기 보다 한국에서 늦게 잠들던 습관이 유럽에서 적절히 맞아들어갔나 보다. 아침부터 일어나 부단히 움직였다. 12시 반 기차를 타기 위해 11시 중도에는 나와야 하기 때문이었다. 우선 씻고 짐을 챙겼다. 컵라면에 남은 고기를 넣어 진정한 소고기 라면을 먹었다. 맛있었다. 방을 청소했다. ‘더러운 한국인’ 같은 인상을 남기고 싶지 않았다. 두고 간 것이 있다 해서 돌아올 수 없기에 몇 번을 다시 확인했다. 이런 순간에 내 게으름은 작동하지 않는다.
부산히 움직이고 주인이 없는 집에 체크 아웃을 하고 버스를 타러 나섰다. 외로움이 밀려온다. 나쁜 느낌은 아니다. 고독하지만, 즐길만한 고독함이다. 아직까진. 미디역에 도착해서 보안요원과 승무원에게 승차장을 물어본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파리에 비하면 브뤼셀의 시민들은 영어에 대한 거부감도 없고, 더 친절했다. 무사히 기차를 차고 내 여정은 차질없이 이어졌다. 기차는 굉장히 깔끔하고 편안했다. 파리까지 2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옆자리 아주머니는 여기가 파리 북역이냐는 질문에 “위, 파히 부크”라고 친절하게 답했다. 파리에서 프랑스 사람과 첫 대화. 뭔가 인상적이었다. 그저 불어가 멋지다고 느꼈다. 파리는 기차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영화같았다. 허세인가? 왜 사람들이 파리를 환상의 도시로 꼽는지 알 것 같다. 지하철을 타러 가는 길에 한국에서 들었던 흉흉한 소문을 애써 신경쓰지 않으려 노력했다.
숙소는 상당히 외곽에 있었다. 지하철를 내려서도 15분 정도 걸어야 했고, 이민자들이 모여서는 한적한 동네였다. 만난 집주인은 중국계 프랑스 인이었다. 굉장히 친절했고, 2명의 여행객이 더 있었다. 마트에서 장을 보고, 방으로 돌아와 와인과 피자를 먹었다. 빵과 치즈, 잼도 사왔는데 가격은 저렴했지만 맛은 특별하지 않았다. 내일은 종일 돌아다닐 예정이다. 파리는 상대적으로 하고 싶은 게 많다.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