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1_파리 삼일차
파리에서는 두 군데 숙소에서 머문다. 오늘은 첫 번째 숙소가 끝나고 두 번째 숙소로 이동하는 날이다. 파리 남부 아래 외곽에서 북부 외곽으로 이동이라 지리가 좋지는 않았다. 그래도 치안에 대한 기대를 조금 했는데, 첫 번째 숙소보다 더 좋지 않았다. 물론 무슨 일이 있거나 하지 않고 누가 건드린 것도 아니다. 다만 가는 길에 흑인이 많고, 동네 분위기가 음산하다는 느낌 뿐이다. 밤 9시가 넘어 돌아오면서도 아무 일도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세안을 하고, 서둘러 나왔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빨리 가서 쉬는 게 낫겠다는 판단에서였다. 대학 기숙사를 에어비앤비로 빌렸는데, 혼자 쓰는 룸인줄 알았던 숙소가 호스트와 함께 쓰는 것이었다. 불편할 수도 있지만 5일동안 혼자 지내던 차에 외로움을 덜 수도 있겠다 싶었다. 모로코 출신인 호스트는 대학생이면서 일도 하고 에어비앤비로 용돈을 벌며 생활하는 듯했다. 빠듯한 살림에 프랑스에서 유학하는 호스트를 보니 안쓰럽기도 했다. 5일을 같이 지낼 생각을 하니 막막하긴 하지만, 영어를 곧잘 해서 큰 어려움은 없지 않을까 싶다.
집에서 쉴까 했지만 주말이라 모로코 룸메이트도 나가지 않을 것 같아서 시내로 나가보기로 했다. 룸메이트가 메트로로 가는 수상 셔틀을 알려줬다. 무료에다 수상으로 가는 셔틀이라 인상적이었다. 이제 7번 메트로는 상당히 익숙하다. 계획에 없던 파리 구경은 생각보다 인상적이었다. 당연하게도. 몇 군데를 들러 루브르 박물관에 도달했다. 루브르 실내는 요금을 내야 하기에 우선 외곽을 구경했다. 노트르담 대성당도 마찬가지지만, 그토록 웅장한 대표적 여행 명소들은 나에게 그다지 압도적인 느낌을 주지 못했다. 여행의 감동은 늘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타났다. 그런 이유로 루브르와 노트르담 대성당에 대한 큰 기대는 없었다. 에투알 개선문은 생각보다 작음에도 목도(目賭)의 사실 자체로 만족스러웠다. 백문이 불여일견이고, 백견이 불여일행이란 말처럼, 건축의 기법과 양식의 종류보다 보고 사진에 담으며 그 중압감을 체험하는 것이 더 교육적이었다. 대성당의 실내는 예상대로 환상적이지 않았다. 수많은 조각들과 고딕 양식의 창문들이 화려하고, 높은 천장과 수많은 인파가 이곳이 노트르담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지만, 곳곳에 자리잡은 기념품 판매점과, 돈을 받는 예배당, 심지어 예배를 위한 순서도 투어 패스의 유무에 따라 나뉘어 지는 이곳은 종교적 중심지라기 보다 선조의 유산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프랑스인들의 장사 수단에 지나지 않아 보였다. 역사적 명소를 관광지로 개발하는 게 나쁘다고 볼 수 없다. 단 유럽 각 도시마다 성당에 들러 기도를 하고 싶다는 내 욕구에 노트르담은 역설적으로 어울리지 않았다. 가장 큰 성당 중 한 곳인 이곳을 뒤로 하고 숙소로 향했다.
이상하게도 많이 피곤했다. 생각보다 돈을 많이 썼다. 식비에서 많이 아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