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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평한 미아 Jul 29. 2021

02. 함께하려고 신청한 행복주택이 이별의 불씨가 되다

별 생각 없이 신청했던 행복주택이 덜컥 당첨되니 눈앞에 다가온 현실

지난 겨울(2020년 12월~2021년 1월)을 돌아보면 나는 우울증이 맞았던 것 같다.


당시에는 우울감이 있고, 의욕이 없는 상태 정도로만 생각했다.

코로나 때문에 주변의 많은 사람들도 비슷한 얘기를 많이 했기에 ,나의 이런 감정을 '코시국에 누구나 겪는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렸다.

나 자신을 섬세하게 돌보지 못했다.


감정에 무딘 나는 서서히 침체되고 가라앉는 나 자신을 알아채지 못했고,

눈치챘을 때에는 깊고 깊은 수렁에 빠져 있었다.

우울을 넘어서 슬픔, 기쁨, 분노 등 그 어떤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껍데기만 있는 것 같은 상태였다.


이런 상태가 우울증의 증세였다는 것을 얼마 전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 알았다.

https://youtu.be/17C3J0jj-Ks

(정우열 박사님의 우울증 총정리 콘텐츠)





그때의 나는 남자친구를 사랑하지 않았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나 자신도 사랑하지 않았다.

누구도 사랑하지 않았다.

내 존재의 의미를 알지 못해서, 앞으로 기대되는 것이 없어서 괴로웠다.


나의 이런 상태와 감정이 너무나 낯설어서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랐고,

그런 상태에서 남자친구를 만날 때마다 더 혼란스러웠다.

6년을 함께했는데 갑자기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밀어냈다.

내 생각과 감정을 얘기했어야 하는데

스스로 정리가 안 되니 설명이 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함께 있어도 내 생각에 잠겨 있었고, 혼자 있으려고만 했다.

(당시 남자친구를 대하던 내 모습을 돌이켜 생각할 때마다 마음이 찢어질 것처럼 아프고 미안하다.)



그런 상태에서 작년 9월 신청했던 SH행복주택에 덜컥 당첨되고 말았다.


올해 초(1월 중순) SH행복주택에 당첨되었으니 계약을 준비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우리가 결혼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었다면 너무나 감사한 일이었을 텐데,

우울증에 빠져있던 나는 더욱 복잡한 마음에 힘들었다.


예비신혼부부로 신청했었던 우리는 행복주택에 들어가기 위해서 한 달 내로 혼인신고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갑자기 법적으로 엮이게 되는 상황이 부담스럽게 생각되면서 결혼을 피하고 싶어졌고,

결혼을 피하는 자신을 보면서, 내가 남자친구를 사랑하지 않는 건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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