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힘들겠죠, 하지만 살 수는 있겠죠
그에게 선물로 받은 향수를 다 썼다.
그와 함께 샀던 운동화 뒤꿈치가 다 헤져서 버렸다.
이 외에도 추억이 담긴 여러 가지 물건들(함께 샀던, 혹은 선물 받았던 것)이 수명을 다해간다. 텀블러, 옷, 자전거 용품, 화장품, 휴대폰... 그리고 서서히 새로운 것들로 교체된다.
이런 것이 이별의 과정이구나 싶다. 공유되던 일상이 서서히 사라지고 나만의 것으로 다시 채우고, 나만의 삶을 살아가는 것.
나는 정기적으로 휴대폰의 사진(살 것, 볼 것, 갈 곳 등 캡처 포함)을 정리하곤 했는데, 그와 헤어진 이후 몇 달간 사진첩을 들여다볼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몇 달 만에 사진첩을 보며 '그땐 그랬지'라며 회상하게 됐다. 함께 아는 지인의 인스타그램에 그의 사진이 올라오면 '잘 지내고 있나 보네'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됐다.
몇 달 전에, 스스로 잘 지낸다고 생각하다가 갑자기 전해져 온 그의 소식에 크게 무너진 적이 한 번 있다. 오히려 그때 내 솔직한 감정과 직면하고, 아파하고, 울고, 그에 대한 내 생각을 차근차근 정리하고 나서 굉장히 홀가분해졌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 자책하는 것을 멈췄다.
이젠 스스로 많이 괜찮아졌다는 것을 실감한다. 문득 그가 생각나고, 가끔은 보고 싶고 그립겠지만, 그리고 평생 잊을 수 없겠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잘 살아가리라 생각이 든다. 이젠 언제 그렇게 슬펐었나 싶을 정도로 마음의 평안을 찾았고, 그에 대한 고맙고 즐거운 기억만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나만의 이별 극복기는 여기까지 쓰려고 한다. 극복되었으니까.
이런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더 늦기 전에 그와 이별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나는 여전히 못된 말을 하고, 모질게 굴고, 마음을 마구 할퀴며 상처를 주는 사람으로 존재했을 것이다.
나처럼 이별의 아픔을 겪은 혹은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은 아픔, 슬픔 등 감정을 외면하거나 회피하지 말라는 것이다. 당장은 괴롭고 아파서 피할 수 있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마주해야 한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 그 상황을 직면하고 온전히 진실되게 객관적으로 바라보길 바란다. 내가 원하는 대로, 혹은 간편하게 덮고 넘어가고자 시나리오 쓰지 말고.
그 시간을 부디 무사히 통과하길 응원한다.
서로에게 첫사랑이었던 우리, 가족이나 다름없었던 우리였기에 그가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잘 지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리고 그보다 내가 더 잘 지내기를 진심으로 기도하고, 그러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다시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