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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평한 미아 Aug 29. 2021

09. 나는 그를 다시 만나고 싶은 걸까?

그를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은 늘 가득하다. 하지만 머리로는 아니라는 것을 안다.


내가 다시 만나고 싶은 이유를 생각해보면

-그냥 외롭고 허전해서?

-미안한 게 많아서 사과(해결)하고 싶어서?

라는 것도 일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그가 좋은 사람이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달콤하지만은 않은 연애와 결혼


하지만 다시 만날 것이라면 결혼을 각오하고 결심해야 한다. 모든 연인이 꼭 결혼을 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우리는 구체적으로 결혼 얘기도 나왔었고, 결혼이라는 이슈가 없었다면 애초에 우리가 헤어지도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나는 동안 내가 결혼을 주저했던 것도 사실이고, 결혼으로 인해 주어지는 역할이 부담스럽고 거부감이 드는 것도 여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으로 결혼이라는 변화를 받아들이겠다는 마음이 아니라면 다시 만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와 나는 진심으로 서로를 사랑했지만 7년간 만나면서 결혼이라는 화두는 슬쩍 빠지곤 했다. 나는 결혼하고자 하는 마음이 부족했고, 그는 계획이 부족했다. 하지만 꼭 했어야 하는 이야기였다. 계속 미루고 피하다가 이런 결과가 나왔다. 


지난봄, 

정말 오랜만에 창틀 청소를 하며 경악했다. 더러울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닦아도 닦아도 끝없는 흙먼지와 각종 낙엽과 바짝 마른 벌레 사체들... 


자주 청소할 때는 창틀 청소가 간단한 일이었다. 그렇게 '금방 하니까 나중에 하지 뭐' '별일 아니니까 지금 청소 안 해도 돼'라며 몇 달을 미루고 넘긴 결과는 처참했다. 청소하는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단번에 끝나지도 않는다. 진작에 자주 청소했다면 이런 대청소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몇 시간을 땀 뻘뻘...)


나 자신, 다른 사람, 연인과의 관계도 마찬가지구나 싶다. 별일 아니라며, 가벼운 일이라며 넘기는 것들이 쌓이고 쌓여 큰 문제가 되고, 내가 처리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그래서 깨달은 것은

-먼지는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자주, 그때그때 청소하자

-혹여나 많이 쌓였다고 포기하지 말고, 힘들고 오래 걸리더라도 청소하자.


그래서 어제도 창틀 청소를 하고, 방충망에 쌓은 먼지도 깨끗하게 닦아냈다. 개운~




다른 사람들은 잘만 결정하는 결혼이 나에게는 왜 그렇게도 까다롭고 어려운 것이었을까.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마인드로 사는 나지만 결혼에 대해서는 '적당히, 어떻게든'이란 없다는 생각이다. 특히 아이를 낳아서 키우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은 더더욱 대책 없이 맞이할 없다는 생각이었다. 피할 있으면 피하고 싶고. 


그렇기에 대책 없고 마음 없는 상태로 결혼을 했다면 우리 둘 다 행복하지 않았을 것이고, 더 큰 상처를 주고받았을 것은 뻔하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간절히 재회를 원하지만 여전히 결혼에 대한 마음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그에게 연락하지 않는다. (물론 연락한다 해도 그가 받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높지만 오로지 '내 입장'에서 말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이게 진짜로 사랑하지 않고 간절하지 않은 거라고 할 수도 있다. 보고 싶지 않은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의 결정에 대한 배려이자 존중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내 생각과 태도의 변화가 삶에 구체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면 다시 만난다 해도 의미가 없다. 


그를 그리워하고 미련으로 후회하는 대신에 현재에 충실하게 살아가고 있다. 나 자신에 대해 떳떳하고 부끄럽지 않은, 좋은 사람이 되어가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커리어에 관련해서 좋은 기회도 생기고 있고, 주변에 좋은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나의 시간을 채워가다 보니 일상에도 활력이 생기기 시작했다. 하고 싶은 것도 많아지고 있고, 하고 있는 것도 많아졌다!


상처와 아픔, 부끄러운 과거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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