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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평한 미아 Aug 28. 2021

08. 보면 볼수록 나는 좋은 사람

너도 좋은 사람! 그러니까 이제 자책하지 않기

많은 지인들이 추천해줬던 프로그램 '금쪽같은 내 새끼'를 이별 후에 처음 보기 시작했다.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몇 개의 클립만 보다가 결국 티빙 결제하고 정주행 중...)


금쪽이를 보는데 배우는 것도 많고, 스스로 반성도 많이 했다(특히 부모님들을 보며...).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기질이나 성격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계기도 됐고, 타인과의 관계에 대해 더 고민하고 배려하게 됐다. 특히 나는 섬세함이 부족한 사람이기 때문에.


굳어 있던 마음이 몽글몽글

그리고 부모님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됐다.




이별 후,

나 자신을 알고자  MMPI 검사, TCI 검사, 문장완성검사를 하고 심리 상담을 했고, 정신 건강이나 심리, 관계에 대한 책도 다양하게 읽고 강연도 많이 봤다. 보다 보니 계속 반복되는 내용이 있다. 애착 유형이나 부모님과의 관계, 과거의 나에 대해 들여다보는 것. 그렇게 자기 객관화를 하게 됐다.


'나'에 대해 고민하고 자기 객관화를 할수록 마음이 많이 진정되고 추스러졌다. 그러고 보니 나는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부모님과 동생, 친척들이 모두 나에게 좋은 사람들이고 든든한 울타리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검사 결과를 보니 (어렴풋이 예상은 했지만) 나는 한국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기질이다. 위계질서에 순응하기보다는 바꾸려고 하(다가 들이받)고, 생각을 숨김없이 말하는 편이고, 위험해도 하고 싶은 건 일단 하고, 눈치를 잘 보지 않고... 일명 개썅 마이웨이


상담 선생님이 검사 결과에 대해 이야기해주시면서 부모님이 나를 키우는 데 많이 고생하셨을 것 같다며 웃으셨다. 부모님께 "나 키우느라 힘들었지?" 물어보니 "너는 네가 알아서 잘하고 잘 커서 크게 신경 쓰고 걱정할 게 없었어. 오히려 편했어"라고 얘기하셨다. 이런 게 부모님과 나와의 기질이 잘 맞는 것이겠지.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나도 나지만 우리 부모님도 범상치는 않다....


만약 부모님이 통제적이고 권위적이었다면 나와는 상극이었을 것이다. 근데 부모님은 내가 뭔가 결정하면 "너의 인생은 너의 인생이니 하고 싶은 대로 해" 라며 뭐든지 하라고 하시는 분이었고, 그만큼 책임감도 부여해주셨다. 경제적으로는 부족한 집안이었지만 마음으로는 늘 지지하고 지원해주었다.


오랜만에 가족사진


거친 기질의 내가 사회에 나가기 전에 가족들에게 먼저 받아들여지면서 안정적인 애착이 형성됐고, 조화를 배웠고,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잘 자랐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나 외에 다른 세상에도 관심을 갖게 되고, 시야를 넓히고, 더 의미 있는 삶에 대해 고민하는 (나름)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하게 됐다.


내가 먼저 받아들여지니까 다름을 쉽게 받아들이는 편이고, 새로운 환경에도 (스트레스는 받지만) 잘 도전하고 적응하는 편이다. 수용성과 의지력이 있어서 내가 변해야 한다면 (울며 불며 힘들어하면서도) 변화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한다. 그리고 솔직하고, 성실하고, 끈기 있고, 책임감과 의지도 있고, 회복력이 좋다. (자기 객관화 잘하는 편....이겠지?)


그래서 두 달 전쯤, 본가를 방문한 어느 날 부모님과 함께 밥을 먹다가 정리된 생각을  꺼냈다.

"엄마, 아빠는 참 좋은 부모님이야"

워낙 무뚝뚝한(?), 표현이 많지 않은 부모님이라 별 얘기는 없었지만 좋아하시는 모습이 보였고,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니 다행이다"라며 안도하셨다. 좋은 부모님이라는 말을 직접 부모님께 할 수 있어서 지금까지의 삶이 꽤 괜찮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가정환경이 화목하지 않다. 그래서 계속 그와의 결혼을 망설였다.

'결혼 자체도 마음먹기 어려운데, 화목하지 않은 그의 가정에 내가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그리고 내가 그들을 잘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계속 내리지 못한 채 오랜 시간을 보냈다.


부재하다시피 한 아버지, 화목하지 않은 부모님, 의견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권위적인 분위기의 집안에서 그는 어릴 때부터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없었다. 그렇게 그는 '아버지와 반대의 삶을 살기를 바라는' 사람으로 자랐다.


그래서 그는 늘 불화한 분위기를 불편해하고, 불안해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마음과 감정과 생각을 제대로 알아차리는 것도, 표현하는 것도, 인정하는 것도 어려웠을 것이다.


그의 집안을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나는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었다. 그도 우리가 더 사랑하고 행복하게 살자고 말하지 못했을 뿐이다.



이제 내 마음은 맑음 �



몇 달 동안 이렇게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생각을 정리하며 지난 연애를 되돌아보니 그래도 나는 꽤 괜찮은 연인이었다고 생각한다. 애교가 많거나 표현이 풍부하진 않아도 그에 대한 신뢰를 늘 보여주었고, 그를 지지했다.


물론 부족한 점도 많았다. 섬세한 그가 받아들이기엔 거칠고 과한 표현과 많았고, 그의 생각과 감정을  살피거나 물어보지 못했다. (하지만 나만 잘못한  아니니까! 힘들면 힘들다, 아프면 아프다 얘기를 해야지!)


헤어진 직후    동안은 내가 잘못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이젠 자책하지 않는다. 우리의 이별과 , 그를 침착하게 되돌아보후회 대신 미래에  집중하게 됐고, 나를  사랑하게 됐다. 그래서 나는 매일 나에게 말한다.

"나는 좋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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