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쓰기 3일] 발견과 쓰고싶은 것

by 초래

하루에 몇장씩이라도 우에노치즈코 대모님의 논문쓰기의 기술을 읽고 있다. 처음엔 이분의 '참 쉽죠? 논문 쓰기란 이런거고 너도 할수 있어요!" 라는 말이 이해도 안되고, 어렵고, 무서웠는데 슬슬 재미가 붙는 중이다. 현재 56%를 읽었다. 인사이트가 많은 책이 늘 그렇듯, 한번에 쭉 읽어나가기가 어렵다. 내용에 대해 쓰고싶고, 정리해보고싶고, 나를 발견하고 싶기 때문이다.


오늘 이 책에서 가장 기뻤던 것은 KJ 법의 발견이다. KJ법은 일본의 질적조사연구법 중 하나인가보다. 우리나라에는 이런 방법론 없나? ㅎㅎ KJ법과 우에노식 데이터분석법을 함께 소개했다. 이 방법은 아 이런걸 따로 이름을 붙일 만큼 대단한가? 라는 생각이 들만큼 원리는 간단하다. 언어적/비언어적인 모든 정보를 수집한 후에, 그것을 정보카드로 구분하여 탈맥락화하고 그것을 다시 메타데이터로 범주화하여 맥락화하는 작업이다. 그 후에 각 메타데이터의 매트릭스를 분석해서 (이런 표현들이 어려운건 알지만 아침부터 힘빼기 싫어서 방금 읽은 용어들로 그냥 쓴다.) 데이터가 보여주는것과 보여주지 않는 것까지 발견하는 방식이다.


사실 어제까지는 그런 고민이 있었다. 어떻게 하면 나와 회사의 작업에 누를 끼치지 않고서도 시민참여사업을 비판할까. 이 과정 중에 회사의 허술함 혹은 나의 허술함이 드러나면 어찌하나. 그러고 싶지는 않은데. 이런 바식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걸 말하려는 것은 아닌데. 그런데 논문쓰기의 기술을 읽고, 내가 회사에서 이제껏 해온 이 연구방법과 HOW가 이미 질적연구방법에서 쓰이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된 것이다. 그동안은 프로젝트에서 해온 필드워크가 학술계에서는 인정받지 못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왜냐면 고메하신 석박사출신들이 의심어린 눈빛으로 쳐다봤기 때문이다. 이제 그들이 왜 이 과정을 의심적인 눈빛으로 쳐다본것인지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자, 당신은 학위때문에 그런 눈빛을 지은거에요? 아니면 이런 연구방법이 존재한다는 것을 몰랐어요? 둘 다 명예로운 답변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나머진 변명일테지.


순천사업을 할 때도, 어린이사업을 할 때도, 경기도 사업을 할 때도 이 방법은 일관되게 적용되었다. 우선 특정 주제, 범주가 있긴 하지만 불특정 다수의 사람을 모은다.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 이야기를 빠짐없이 녹취 혹은 기록한다. 기록을 회수한 후, 탈맥락화하여 내용을 정리한다. 내용을 범주화하고, 그 범주에 대한 지식인을 초청하여 추가적인 토론을 진행한다. 그 내용 역시 그 지식인으로 특정될 수 있는 맥락을 지운 후 범주의 해석과 재맥락화에 필요한 부분을 차용한다. 그렇게 재맥락화된 내용을 근거로 지역의 새로운 사업을 기획한다. 그 기획내용에 대해, 1차데이터를 제공했던 이들의 확인을 받는다. 이게 내가 우리 회사에서 해온 연구의 프로세스다. 물론 누가 가르쳐주지는 않았다. 정말로....!! (나는 왜 이런걸 이렇게 강조하고 싶지..) 산발적으로 파편적으로 맥락과 무맥락이 이리저리 뒤섞여있는 사람들의 소중한 이야기를 기획으로 끌어내는데 '뭔가' 필요하다고 느꼈을 뿐이다. 그래서 내가 한 이 작업에 대해 오랫동안 확신이 없었고, 그것때문에 너무 힘들었는데 이렇게 우에노치즈코 대모님이 나에게 위안을 주시다니.... ( ㅠㅠㅠㅠ)


그러면 이제 회사에서 한 일들에 방어막을 칠 수 있으니, (그리고 이건 내가 했으니 내가 제일 잘 알아서) 더이상은 고민하지 않아도 되겠다.


그럼 이제 좀 더 구체적으로 내가 무슨말을 하고 싶은지, 내 가설에 대해서 생각해볼 차례다.

앞서 2일간 여러 불만을 쏟아내봤는데 오늘은 더욱 더 그 불만이 대체 뭔지 이야기하고 싶다. 불만이 여러개고 그 여러개의 원인도 여러개일 것이라서 하고싶은 말을 고르는데 집중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지금 내 불만을 제대로 정리해서 가설을 만들지 않으면 공무원을 인터뷰하지 않고서는 결론을 낼 수없는 상황에 도달할 수도 있는데, 나는 내 연구의 한계를 '공무원을 인터뷰하지 않아 실제로 그들의 생각을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고 놓고 싶지 공무원을 인터뷰하고 싶지 않다. ^^.... 알고싶지도 않아 실제 그들의 생각.


내가 싫었던 것


"지들이 뭔데 자꾸 참여자를 규정하려 드는 것"

"지들이 뭔데 자꾸 들을만한 가치가 있는 이야기와 그렇지 않은 이야기를 구별하는 것"

"지들이 뭔데 자꾸 사람이 순수한 시민이니 아니니를 판단하는 것"

"지들이 뭔데 참여자들의 의견과 연구결과를 왜곡하고 수정하려 드는 것. 지네 성과에 맞춰서."

"참여자들을 이렇게 참여하게 만들어놓고, 들러리로 세우곤 후속작업에 아무 관심도 없는 것."

"지들 편의에 따라 (회의비를 주고 안주고, 군소리 없이 참여하고, 민원 안넣고) 참여자들을 차별하거나 만만하게 보거나 우습게보거나 비난하는 것."

"일에 대한 맥락 없이 해야되니까 하고, 끝냈음에 기뻐하는 것."

"더 많은, 다양한 시민의 참여를 위해 수반되어야하는 것을 생략하는 것."

"시민한명의 말보다 상사와 정치인의 개입을 두려워하면서도 환영하는 것."


이 모든게 다 싫지만, 결과적으로는 "시민의 참여에 담겨있는 공공성을 '증명해야할 무엇'으로 간주하는 것" 인데, 이걸 공무원 인터뷰 없이 할 수 있을까. 나는 계속 '내가 떳떳함'을 증명하고, '참여한 시민의 발언이 떳떳함'을 증명하고, 그걸 개인에 대한 호불호가 아닌 데이터와 맥락위에서 읽어내는 기획을 하고 싶었는데 그 시도에 번번히 모욕적인 평가가 날아들어왔던 치욕을 잊지 못하는 것 같다.


'행정이 허락하는 시민'이 누구인지 규정하기 위해, '행정으로부터 거부당한 시민참여'의 사례를 나열하는 것으로 이것이 뭔지 알 수 있을까? 왜냐면 행정이 허락하는 시민이라뇨 그런건없어요 라고 잡아뗄 것이 뻔하기 때문에. 그러고 나서 시민참여의 확대와 질적 발전을 위해 행정의 무엇이 바뀌어야하고, 어떤 개념이 새로 생겨야 하는지를 이야기하면서 끝나는 거지. 하하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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