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기를 앞두고 요새는 많이 두렵고, 불안한다. 이런 나를 발견하는 기분은 우습고 별로 좋지도 않다. 이 불안의 상태란 수시로 색을 바꾸는 화면처럼 오락가락해서 누군가에게 그때그때 털어놓기도 쉽지가 않다. 더군다나 나는 언제나 타인에게는 초긍정 피드백을 하는 (착각일수도 있지만) 무책임하고 해맑고 천진한 (역시 착각) 사람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사실은 내가 많이 불안해요. 라고 말을 하는 일이 낯설다.
지난 금요일엔 엄마를 만나서, 엄마랑 같이 하기로 한 일들을 늘어놓으며 또 문득 불안해졌다. '엄마 나는 이 일을 왜 처음 생각했는지 모르겠어. 기억이 나질 않아.' 실제로 나는 동기가 없었고, 엄마가 이런식으로 일하며 늙게 둘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 외에는 마음의 동함이 없었다. 그리고 갑자기 두려워졌다. 모든 것을 던지고 싶은 내 일이 아닌데, 회사를 그만둬가면서까지 해도 되는 걸까. (물론 오바다. 회사를 그만두는 이유는 이게 아니니까.) 그리고 또 금세 괜찮아진다. 엄마가 '당장 1년은 수익이 안나도 상관없어. 새로운 걸 해보고 싶어. 그리고 해봐야할 때라고 생각해' 35년을 일만 한 사람이, 자기 일을 놓고 저런 소리를 하는데 내가 뭐라고 재고 따져. 그냥 저런 사람과 일하면 충분하지. 됐지 뭐.
논문 쓰기는 2021년에 0번보다도 앞선 번호를 받아야하는 일이다. 6개월안에 논문을 쓰겠다는 다짐을 '할 수 있을거야' 라고 말해주는 남자친구조차 진심으로 듣지 않는 것 같다. 나도 진심이 아닌 것 같다. 안그러고서야 이렇게,,,,,, 온 마음을 다 바쳐서 '당분간 놀고 싶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교수님에게 메일 한 통 보내지 않고, riss에서 논문 한편 검색하지 않은 채로. 그럴때 문득 아득해진다. 졸도할 것 같이 두렵다. 그 순간, 마치 내일이 마감인데 목차도 쓰지 못한 처럼 심장이 쪼그라든다. 금세 '괜찮아 상상이야' 하고 나를 다독거릴 순 있지만, 나는 방금 미래를 본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
그 외에는 나는 너무 순진한가? 하는 생각이 두렵다.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서 칭찬받고 성장해온 것들. 내가 만든 성취와 성과. 기록들. 그런 것들을 믿을 만큼 내가 너무 순진한가? 사람들이 던져준 당근들을 냠냠 주워먹으며,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나. 너무 순진한가? 선택받지 못한다는 사실은 너무 두렵다. 댄스스포츠를 배울 때, 짝을 정하지 못한 것처럼 두려워. 누군가를 간절히 기다리나, 그것은 나만의 기다림이라는 것을 알때 두려워. 두려움을 이겨내고 시작하는 것, 그리고 시작 위에 시작이, 그 위에 또 시작이 쌓여가면서 만드는 것이 삶임을 모르는게 아니지만 두려워. 두려움이라는 건 참 웃기다. 회사를 다니면서 가장 크게 배운 것은 이 세상 모든 것이 결국 주먹구구에서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주먹구구로, 진심을 다한 주먹구구로 시작된 것이 진정성이라는 것도 배웠지. 그래서 많은 것들이 또 뻔하게 느껴지다가도 주먹구구라는 것이 두려워. 혼자 주먹을 꽉 쥐고 구구! 하다가 주저앉을까봐. 주저 앉힐까봐.
주저앉히는 눈빛들이 생각난다. 그 눈빛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좋아하는 사람들의... 나에게 대단하다고,, 따뜻한 말을 해주었던 사람들의 눈빛이다. 눈빛 너머의 심드렁함, 눈빛 너머의 차가움, 눈빛 너머의 무관심을 본다. 사실상 그렇게 중요한게 아니라 '좋아요!' 하고 이야기해줄 수 있는 것임을 아니까. 내가 때로 그랬던 것처럼. 그 사람들의 '상관없음'이 결국 나를 주저앉힐 것 같다. 너무 좋아했나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