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추럴 컴포트 시크 애니멀 러버 패션
고양이 털에 대한 소문은 늘 과장 같지만, 막상 키우기 시작하면 그 말들이 전부 사실이라는 걸 금세 깨닫게 된다.
나보다 먼저 고양이를 키우던 지인이 해준 말은 짧고 강렬하다.
“고양이 털에 관해선 무엇을 상상하든 상상 그 이상이야. 이건 설명해 봤자 몰라. 겪어봐야 알 수 있어.“
“난 밥을 먹다가 고양이 털이 입안에서 느껴지면 반찬의 일부라고 생각해. 다만, 입에 걸리니 뱉는 거지. “
듣는 순간 충격이지만 살아보면 이해되는 말들이다.
실제로 살아보니 중단모 빽빽한 큰 뚱냥이 레오는 특히 어렸을 때 작은 털을 뿜었고, 장모인 작은 뚱냥이 요다의 털은 너울너울 공중에 떠다녔다. 나이가 들면 어릴 때보다는 덜 빠지지만 어디까지나 ‘덜‘ 빠진다는 것이지 여전히 털 세상이다.
그래서 돌돌이, 찍찍이라고 부르는 청소용품이 우리 집에서는 필수품이다. 집안 이곳저곳뿐만 아니라 차 안에도 돌돌이 청소도구를 비치해 놓는다.
그런데 이 돌돌이를 돌돌~ 돌리면서 옷, 이불, 소파, 고양이 용품에 붙은 털을 떼내는 것이 은근히 재미있다. 무아지경에 빠져 몰입하는 재미가 중독성이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렇게 집 청소를 하다 보면 어느새 고양이 털이 사라지는 성취감도 생긴다.
그래도 희망적인 말을 해보자면, 처음에만 불편하지 점점 고양이 털 세계에 익숙해진다. 고양이를 키우며 사랑하는 마음이 커지면 커질수록, 고양이 털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고양이 털로부터 해방되고 싶은 마음은 3년 차 까지였던 것 같다. 그 이후부턴 마치 숨 쉬는 공기가 당연한 것처럼, 모든 털은 내 주변에 당연한 존재로 함께 하고 있다.
그런데 여전히 옷, 특히 검은색 같이 짙은색 옷은 조금 신경 쓰이는 게 사실이다. 이유는 손질도 힘들고, 내 의도와 다르게 지저분한 인상을 주는, 한마디로 보기 좋지 않으니까.
그래서 블랙 컬러 옷을 선호하던 내 취향이 점점 더 밝은 컬러를 선호하게 됐고 옷 소재도 털이 덜 붙는 소재를 선호하게 됐다. 뚱냥형제의 회색과 흰색털이 어두운 색보다는 밝은 색 옷에서 티가 덜 나니까, 자연스럽게 내 취향도 환경에 따라 변했다.
나이가 들수록 밝은 색이 더 잘 어울리기도 해서, 덕분에 자연스럽게 두 마리 토끼를 잡은 패션 취향이 됐다.
이제는 털이 옷에 안 붙어 있으면 의아하다. 돌돌이로 호들갑스럽게 털을 떼어내지 않는 여유도 생겼다.
사족으로 내 패션에 대해 얘기하자면, 자연스럽고 편안한 시크 스타일에 고양이 털을 엣지있게 추가해서 완성한 패션이라고 설명하고 싶다.
밖에서 우연히 나처럼 털이 붙은 패션을 하고 있는 사람을 보면 속으로 꽤나 반갑다. 털뭍은 옷은 반려동물과 가족이라는 표식 패션이기도 하니까.
미래 패션에 대해 잠시 상상해 본다. 털이 붙은 패션이 하나의 스타일로 인정받는 패션 기류..
“내추럴 컴포트 시크 애니멀 러버 패션“.
물론 큰 유행을 바라진 않는다. 알레르기라는 현실도 있으니까.
다만, 미처 떼내지 못한 반려동물 털 엣지 패션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의 패션시대가 오길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