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적으로 필사를 막아요.

책을 좋아하는 요다

by Sssong

나는 온라인에서 소규모 영어필사 인증모임을 하고 있다. 시작한지 얼마 안되었지만, 필사는 나에게 하루를 지탱해주는 중요한 루틴 중 하나가 되었다.

짧은 명언의 영어필사를 하고나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정리되고 왠지 차분해지면서 숙제를 한 듯한 개운함이 들어 좋다.


그렇게 십분 남짓한 필사를 하기 위해 책을 펼치면, 어느새 작은 뚱냥이 요다가 눈치를 채고 소리없이 다가온다. 가볍게 폴짝~ 책상위로 뛰어 올라 내 손에 머리를 콩•하고 부딪히며 번팅을 한다. 그런 다음 연이어 책 주변을 멤돌면서 글씨 쓰는 걸 방해한다. 커피잔과 볼펜, 내 손 사이를 부드럽게 휘적거리며 캣워크를 한다. 그러다 어느새 필사책 위에 앉아 식빵 자세를 하고 골골송을 부르며 비킬 생각을 하지 않는다.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면서 요다가 스스로 비켜줄 때까지 기다리지만, 간혹 꽤 오래 식빵을 구울 때가 있다.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 바로 옆에 또 다른 책을 펼쳐놓는 것이다. 그러면 요다는 새로 펼쳐진 책 위로 사뿐히 옮겨가 또 다시 새롭게 식빵을 굽기 시작한다.

그렇게 요다의 식빵굽기는 내가 필사를 할 때마다 치르는 일종의 의식처럼 됐다. 나는 필사를 하고, 요다는 식빵을 굽는 것이 한 세트의 의식이 된 것이다.


이제는 필사를 할 때 요다가 오지 않으면 괜히 고개를 들어 두리번 거리게 된다. 누군가는 성가시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나와 요다 우리 둘에게는 함께 추억을 쌓는 소중하고 재미있는 시간이다. 이렇게 특별하고 귀여운 선물을 주는 요다가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