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화장실 이야기
고양이는 전용 모래화장실에서 볼 일을 본다.
고양이를 키우는 보호자들 사이에서 큰 것은 맛동산, 작은 것은 감자라고 부른다.
맛동산은 옛날 맛동산 과자 모양과 흡사해서, 감자는 흙에서 캐는 감자 느낌이라서 그렇게들 부른다.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뚱냥형제의 화장실에서 맛동산과 감자를 캔다. 화장실의 청결이 고양이 삶의 질과 만족도를 높이는 부분이니까.
그렇게 우리 집 모래 화장실을 치울 때면 큰 뚱냥이 레오의 대범한 흔적과 작은 뚱냥이 요다의 깔끔한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여기서 잠깐, 레오의 그 대범한 흔적을 우리 집에선 상남자답다고 표현한다.
레오의 상남자 흔적이 어떤 것인지 설명해 보겠다.
레오는 나에게 오기 전, 생후 3~4개월간 고양이 가족과 단체생활을 했다. 분양받을 당시 레오 가족의 블로그가 있어 여러 장의 사진을 구경했는데, 사람이 쓰는 화장실 타일 위에서 뒹굴고 노는 사진이 많았다. 아마 그때 화장실 배수구와 타일에 적응 훈련을 한 게 아닌가 싶다. 지금까지도 가끔 내가 쓰는 화장실에 들어가 몸이 기억하는 대로 그 시절을 떠올리며 시원하게 흔적을 남기고 나온다.
레오를 붙잡고 손짓, 몸짓을 써가며 나름 설득도 해봤다. 특별히 아픈 것 때문이 아니라면 이러지 말라고.
레오가 엄마말을 경청하는 자세는 참 좋은데, 안타깝게도 완전히 이해하진 못하는 눈치다.
결론은, 레오가 상남자 흔적을 보이면, 내가 잽싸게 후딱 치우면 그만이다.
그것까지도 레오만의 고유한 습관이고, 그래야만 레오다운 것이니까, 모든 게 당연할 뿐이다.
혹시 레오한테 길들여진 거 아니냐고 묻는다면,
맞다. 그 해석도 맞는 것 같다.
어쨌든, 오늘도 우리 집 화장실은 이상 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