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문화를 입힌 청라언덕

ㅡ봄의 꽃 향연을 즐기며

by 민들레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 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 적에 / 나는 흰 나리꽃 향기 맡으며 /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 청라언덕과 같은 내 맘에 / 백합 같은 내 동무야 / 네가 내게서 피어날 적에 / 모든 슬픔 사라진다…(하략)” -가곡 ‘동무생각’중에서

이은상 작사에다 박태준 작곡의 ‘동무 생각’ 가곡부터 3·1 만세운동 90 계단길, 대구 최초의 사과나무, 선교사주택까지 그 모습이 아름답다고 하여 '대구의 몽마르트 언덕'이라고 불리는 청라언덕은 나와 남편이 젊은 시절을 함께 출퇴근하던 길이다. 특히 3~4월의 청라언덕은 그야말로 목련 ㆍ개나리 ㆍ동백 ㆍ매화ㆍ 벚꽃 등 봄꽃의 향연이어서 더없이 아름답다. 그 언덕을 넘어 고딕양식의 계산성당 옆에는 내가 20~30대 직장을 다녔던 빌딩이 있고, 청라언덕 바로 옆에는 남편이 35년간 출근한 신명학교가 있다. 그런 연유로 더욱 정감이 가는 곳이기도 하다.

중구청이 관광 불모지인 대구도심에 스토리를 입혀 만든 대구근대골목이 2012년 ’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국내관광지 100곳‘ 중 7위에 선정됐다는 신문기사를 접하고 냉큼 달려간 곳이었다. 선교사 사택과 청라언덕, 박태준의 가곡 ' 동무생각', ' 빼앗긴들에도 봄은 오는가 '의 이상화시인 고택과 국채보상운동가 서상돈 선생의 고택, 1902년에 세워졌다는 계산성당 등이 있는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오순도순 자리 잡고 있다.

푸를 청(靑)에 담쟁이 라(蘿). 담쟁이덩굴 푸르른 청라언덕에는 선교사들이 지었다는 100년이 훌쩍 넘는 오래된 붉은 벽돌집이 있는데, 모두 근대 문화유산이다. 1882년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 이후 미국 선교사들이 부산항을 통해 들어왔다. 이곳에 붉은 벽돌집을 짓고, 곳곳에 담쟁이덩굴을 심으면서 자리 잡았다. 그래서 청라언덕이라고 불린다. 그 옆엔 선교사들이 지었다는 동산병원(옛 제중원)과 신명학교, 청라언덕을 반대로 완전히 넘어가면 계성학교가 있다. 계성학교 근처에 한 때 포목으로 유명했던 큰 시장인 서문시장이 있다. 이처럼 청라언덕은 대구 도심한복판에서 근대역사를 담고 있다.


한동안 '한국관광의 별'로 불리던 청라언덕이 몇 년간 조용했다. 그러다 BTS의 멤버 뷔와 슈가의 고향이라는 이유로 대구가 언급되기 시작했고, 그룹 뉴진스의 대표곡 ‘디토(Ditto)’ 뮤직비디오의 촬영지가 계성중학교를 중심으로 청라언덕(구름다리), 대구제일교회, 동산의료원 등으로 나오자 다시 핫플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올봄에도 뉴진스 팬들은 구름다리 위의 목련꽃과 제일교회 첨탑을 배경으로 인생샷 건지기에 바쁘다.

놓치면 또 1년을 기다려야 하기에, 올봄 나도 얼른 그 대열에 합류해 화사한 목련꽃을 뒤로하고 구름다리 위에서 한 컷을 건졌다. 청라언덕, 이제 K-pop의 성지이자 봄꽃을 즐기는 사람들의 핫한 장소가 돼 버렸다. 거기엔 대구근대문화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고, 감성이 온전히 녹아 있다. 이제 내 고향 대구는 21세기 문화의 스토리를 덧입혀서 더 가고 싶고 머무르는 도시로 변모해 가기를 기대해 본다.

앞마당에 목련이 흐드러진 옛 선교사사택
뉴진스 뮤비 속 구름다리 위 핫플서

(2026.04.18. 류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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