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즘 본의 아니게 연극을 자주 보게 됐다. 영화관의 풍경과 가장 다른 점은 관객들이 망원경을 들고 배우의 디테일한 연기를 관찰한다는 점이다. 영화보다 연극이 좀 더 배우의 예술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영화에서도 배우가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영화는 카메라의 예술이다. 영화에는 연극에서 쉽게 맛볼 수 없는 어떤 이미지의 황홀경이 있는데, 그건 전적으로 카메라의 힘이다. 그리고 편집. 아무튼 앞으로 연극을 될수록 많이 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2.
평소에 좋아했지만 큰 연결 고리가 없어서 만나지 못했던 한 선배가 책을 냈다. 출간을 계기로 인터뷰를 하게 됐고, 이후 사석에서도 따로 만났다. 평소 생각한 이미지와 너무 똑같아서 살짝 놀랐다. 사실 나도 올해로 6년 차 기자다. 자기 분야에서 어깨 좀 펴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대개 실제로 만나면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무엇이든 상상의 영역을 대리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나는 이 선배의 리액션이 참 솔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글과 인생을 따로 살지 말아야겠다고 느낀 하루였다.
3.
인스타에 올리긴 했는데, 브런치에 깜빡하고 올리지 못했다. 내가 과거에 썼던 <엑시트> 평론이 천재교육에서 발행하는 고등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리게 됐다. 편집자님 말로는 학생들이 자신의 비평과 비교해 볼 전문 비평 자료의 하나로 제시된다고 한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내년부터 발행하는 교과서에 적용한다고. 교과서뿐만 아니라 천재교육에서 발행하는 문제집에도 해당 내용이 반영된다고 한다. 잡다한 상상을 하는 편인데, 내 글이 교과서에 실린다는 상상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 아무튼 오래 살아야겠다.
4.
요즘 좀 슬럼프다. 뭘 해도 재미가 없다. 약간 우울감도 있는 것 같다. 쿠팡에서 떨어진 반찬을 사는 게 가장 큰 행복이자 기쁨인데... 이 정도면 심각한 수준인가. 아무튼 어제 새벽에 밀린 원고를 마감하면서 유튜브에 돌아다니는 피아노 음악 1시간짜리 영상을 찾고 있었는데, 이루마 연주곡 모음 영상에 왜 도경수의 얼굴이 있지? 하고 클릭했다. 사실 너무 잘생겨서 클릭했다. 아이돌은 존재만으로 팬들에게 큰 기쁨을 주는 것 같다. 그것만큼의 슬픔도 있겠지, 하고 서둘러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