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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이 영화가 되다

by 송석주 영화평론가

1.


지난주에 3박 4일 대만 여행을 다녀왔다. 허우샤오셴 감독의 영화 <비정성시>의 무대가 되었던 지우펀에도 갔다. 저녁에 갔다면, 더욱 예쁜 홍등 거리를 볼 수 있었을 텐데!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온천장과 비슷하게 생겨 이곳을 방문하는 듯했다. 관광객들의 니즈에 맞게 거리 곳곳에는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영화 캐릭터들이 즐비했다. 몇 년 전에 갔던 지브리 파크보다 지브리 굿즈가 많은 것 같았다.


2.


지우펀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라고 한다.


3.


대만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관 '홍러우'. 시먼역 근처에 있다.


4.


충렬사. 한국의 현충원 같은 곳이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일제강점기를 겪었던 대만. 대만의 독립운동가들의 위패를 모신 곳.


5.


대만에서 친구가 사준 기유 피규어. 한국에서는 대략 7만 원 수준인데, 대만은 3만 5000원이다.


6.


미야케 쇼 감독의 <여행과 나날>은 영화에 관한 영화다. 각본가인 주인공의 언어가 이미지로 전환되는 순간들이 초반부에 배치된다. 이 과정에서 말과 이미지 사이의 경계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중반부를 넘어서면 영화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주인공의 상상이 마치 생중계되듯 스크린 위에 구현된다. '이 여관을 무대로 영화를 만든다면 어떨까', '내가 눈길을 걷는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면 어떨까' 같은 주인공의 상상이 실제 영화 이미지가 된다. 무엇보다 설경이 아름다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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