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트'와 '왕과 사는 남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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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트>는 독특한 전쟁영화다. 특히 사운드 활용이 강렬하다. 음향이 만들어내는 스펙터클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전쟁의 폭력을 청각적으로 체험하게 한다. 웅장하면서도 기괴한 사운드가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인 셈이다.


영화는 스피커를 쌓아 올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포착하며 시작한다. 스피커가 마치 탱크처럼 진주되어 있다. 파티와 전쟁 상황을 결합해 독특한 시너지를 낸다. 상징과 은유로 넘쳐나는 영화지만 난해하지 않다.


등장인물들이 사망하는 순서를 보고 있으면, 전쟁이 어떤 계층에 가장 먼저 타격을 주는지 생각하게 된다. 3차 대전이 벌어지고 있는 정황만 줄 뿐 정확한 공간적, 시대적 배경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 그게 중요한 영화는 아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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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부모를 잃고, 의지할 곳 없던 어린 왕은 유배지의 작은 마을에 와서야 비로소 왕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한다. 자신을 위해 살뜰히 반찬을 챙기는 백성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그들의 이름 하나하나를 직접 불러주는 일. 이 같은 사소한 태도가 어린 왕을 현자로 성장하게 만든다. 큰 사람이 되려면 작은 일부터 잘해야 한다.


촌장은 폐위된 왕이 자식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박지훈의 얼굴을 만지려다가 손을 내리는 유해진의 연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기구한 단종의 생애를 자신의 눈동자에 그대로 담아낸 것 같은 박지훈의 연기도 발군이다. 영화는 잘 조율된 악기처럼 연주된다. 무엇보다 쉽고 재미있다.


3.



올해부터 기자협회보 이슈 인사이드 코너에 문화 분야 필진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많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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