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타자의 생명에 책임을 느끼는 마음이 주인공인 영화다. 그 마음이 광활한 우주를 아름답게 가로지른다. '당신이 나를 살렸으니 나도 당신을 살리겠다'는 보통의 마음이 이미지로 구현되는 것을 보는 즐거움. 귀엽고 사랑스러운 스페이스 오페라.
2.
어떤 영화는 정면이 아닌 측면을 보아야 한다. 중앙이 아닌 모서리를 보아야 한다. 어쩌면 그것이 영화 보기를 더 풍요롭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다혜 작가님의 '영화의 언어'는 대체로 이러한 일의 중요성을 말한다.
3.
예전에 '벌새'를 만든 김보라 감독님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때 감독님이 내게 이렇게 말했다.
가족을 사랑하긴 하지만 내 인생 1순위는 아니거든요. 가족이 나한테 해줄 수 있는 게 있고, 해줄 수 없는 게 있어요. 저는 애인에게도 “네가 내 전부는 아니다”라고 말해요. 느슨하게 연결된 관계가 좋아요. ‘건강한 거리 두기’라고나 할까요? 그냥 그게 제 삶의 어떤 가치관인데, 그게 영화에도 드러나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작품도 자기가 사는 대로 나오는 것 같아요. 물론 조금 미화는 했겠죠? (웃음) 친구들이 “너는 매일 네 생각만 하는데 영화는 되게 성숙하게 나왔다?” 이러면서 농담을 하기도 하는데 부정할 수 없어요. 그것도 제 모습 중 하나니까요.
나도 비슷한 얘기를 들었다. 예전에 어떤 사람과 다툴 때, 상대방이 "당신도 글을 쓰잖아. 글 쓰는 사람이 왜 그래?"라고 한 적이 있다. 글만 보면 대단히 성숙한 인간 같았는데, 실제론 그렇지 않다는 것. 내가 쓴 글보다 내가 미성숙한 존재여서 부끄러울 때가 많다. 나는 내 글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4.
하현상님 콘서트를 다녀왔다. 몇 년 전 공연에서는 자꾸만 어딘가로 숨고 싶다고 말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를 즐길 수 있게 됐다는 건 그 일을 잘하지 못해도 괜찮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모든 언론인이 손석희가 될 수 없고, 모든 영화감독이 봉준호가 될 수 없다. 내게 주어진 일을 그냥 하면 된다. 되도록이면 꾸준히!
내일 정식으로 발매될 하현상님의 2집 앨범명은 'NEW BOAT'다. 삶은 한 번이지만, 새로운 시작은 몇 번이고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