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헤어진다는 걸
가늠조차 할 수 없었던 어느 날,
내가 네 손을 잡고
어떤 약속들을 했었는지
기억 나?
"우리, 내일은 학식 먹지 말고,
미대 뒤에 있는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 가서
허세를 부려보자."
"우리, 이번 주에는 수목원에서 열리는
국화전시회를 보러 가자."
"우리, 다음 주에는
예술발전소에 있는 키즈스페이스에 가서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자."
라는 약속.
나는 이런 약속들이 좋았어.
내일
이번 주
다음 주
왠지 이런 약속들은
꼭 지켜질 것만 같았거든.
하지만, 이따금 너는 나에게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는
아주 먼 미래를 이야기하곤 했어.
그 이야기들엔 대부분
최소 몇 년 후에라는
조건이 붙었지.
그럴 때마다 나는,
"뭐 그런 일을 벌써부터 생각해"
라며 우물쭈물거리다가
마땅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어색한 웃음을 지었던 것 같아.
그런 너는 나를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현재만 약속했던 나는,
미래를 약속하고자 했던 너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그리고,
지킬 수 있는 약속만 했던 나는,
결국 너라는 존재를 지켰는 가.
"있잖아, 뒤늦은 고백이지만
언제나, 늘, 매일, 항상, 영원히
라는 말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너는,
나에게 정말 멋진 약속이었어."
사진 여장천
글 송석주
나홀로 사진전 : https://www.facebook.com/lastnightdia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