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by 송석주 영화평론가




사람들의 발자국을 따라가 보고 싶었어.




1번 발자국을 따라가면

암에 걸린 친구의 병문안을 가는

어느 62년생 아줌마의

쓸쓸함이 보일 것 같아.



2번 발자국을 따라가면

신해철의 '나에게 쓰는 편지'가 들리는

해변가의 어느 카페가 나타날 것 같아.



3번 발자국을 따라가면

상사의 짜증에 녹초가 된 어느 직장인의

쓸쓸한 소주잔이 보일 것 같아.



4번 발자국을 따라가면

얼굴에 울음이 맺혀 있는

어느 레즈비언의 컴컴한 방이 보일 것 같아



5번 발자국을 따라가면

쓰레기 더미에서 배고픔에 부르르 떨고 있는

하얀 고양이가 보일 것 같아.



6번 발자국을 따라가면

친구에게 전화를 걸까 말까 망설이는

어느 수험생의 손가락이 보일 것 같아.



7번 발자국을 따라가면

내일도 하루 종일 집에 혼자 있어야 하는

할머니의 외로운 뒷모습이 보일 것 같아.




8번 발자국을 따라가면,

그 발자국을 따라가면 말이야,


그 사람의 그림자가 보일 것 같아.

표정도, 몸짓도, 체온도 없는 그런 까만 그림자,

그게 보일 것 같아.







"그림자는 왜 까만색일까?"


"가감없는 자신의 모습이라서.

물감을 다 섞어놓으면 검은색이 되듯

자신의 모든 모습을 다 나타내고 있어서."








사진 여장천

글 송석주


나홀로 사진전 : https://www.facebook.com/lastnight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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