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거나 강력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영화를 선정하여 그 영화의 명장면을 분석합니다. 대중에게 친숙한 영화의 장면 분석을 통해 간단한 영화 언어를 습득할 수 있다면, 콘텐츠를 소비하는 관객들에게 영화를 조금 더 분석적으로 관람할 수 있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입니다.
‘버즈 아이 뷰 앵글’(Bird’s eye view angle). 문자 그대로 ‘새의 눈과 같이 아주 높은 곳에서 본 것 같은 각도’를 뜻합니다. 대체로 고층 건물이나 비행기 위에서 아래에 있는 피사체를 내려다보는 정도의 각도입니다.
버즈 아이 뷰 앵글은 소설로 치면 ‘전지적 작가 시점’과 상통합니다. 전지적 작가 시점은 작가가 인물들의 외면적 행동은 물론 내면세계까지 파고들어 이야기를 묘사하는 방식입니다. 다시 말해 서술의 각도를 자유롭게 이동 시켜 인간과 세상의 총체적인 모습을 그려나가는 이야기 방식입니다.
버즈 아이 뷰 앵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감독은 카메라를 활용해 인물들의 내면과 외면을 자유롭게 오가며 그들의 행동과 심리를 묘사합니다. 해당 장면을 바라보는 관객은 전지전능한 신의 위치에서 대상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이 때문에 버즈 아이 뷰 앵글은 피사체를 추상화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인물에 주목하기보다는 인물이 처한 운명이나 환경 등에 메시지를 담고 싶을 때 주로 쓰입니다.
버즈 아이 뷰 앵글의 가장 대표적인 예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새>(1963)에 나오는 ‘주유소 폭발 장면’입니다. <새>는 수백 마리의 참새 떼들이 인간을 공격하는 일종의 재난 영화입니다. 감독은 마치 세상이라는 새장 속에 갇힌 인간의 불운한 운명과 그들 사이의 갈등을 버즈 아이 뷰 앵글을 통해 탁월하게 묘사합니다.
버즈 아이 뷰 앵글은 전쟁 영화에서도 자주 등장합니다. 주로 전투기를 타고 있는 공군이 지상군을 폭격하는 장면에서 두드러지는데, 배종 감독의 <웰컴 투 동막골>(2005)의 엔딩 시퀀스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한국군과 북한군이 힘을 합쳐 미군의 전투기를 포격하는 장면인데, 미군 전투기 조종사의 시점에 포착된 한국군과 북한군의 모습은 버즈 아이 뷰 앵글과 빠르게 낙하하는 비행기의 속도감과 맞물려 벗어날 수 없는 운명에 포획당한 듯한 존재를 연상케 합니다.
버즈 아이 뷰 앵글은 범죄‧액션 영화에서도 자주 쓰이는데, 제라드 버틀러가 주연으로 활약한 <폴른> 시리즈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 영화는 ‘드론’ ‘인공위성’ ‘비행기’ 등을 통해 지상의 물체를 폭격할 때 버즈 아이 뷰 앵글을 사용합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언어의 정원>(2013)과 이안 감독의 <라이프 오브 파이>(2012)는 버즈 아이 뷰 앵글이 아름답게 사용된 영화들입니다. <언어의 정원>은 두 남녀의 애틋한 사랑을 그린 애니메이션 영화로, 감독은 서로를 만나기 위해 공원 벤치로 향하는 두 남녀를 버즈 아이 뷰 앵글로 포착합니다.
수직으로 내리는 비와 곡선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걷는 두 남녀를 줌 아웃(zoom out, 피사체로부터 멀어져 가는 것처럼 촬영하는 기법)의 버즈 아이 뷰 앵글로 잡아내는 카메라의 움직임은 무척이나 청아하며 감각적입니다.
<라이프 오브 파이>에서 밤하늘의 물빛에 비친 해파리 떼와 고래가 수면 위로 뛰어오르는 모습을 버즈 아이 뷰 앵글로 포착한 장면은 세계영화사를 통틀어 가장 감탄스러운 장면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감독은 거대한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이 얼마나 작고 보잘것없는 존재인지를 겨냥하는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존의 끈을 놓지 않는 인간의 의지를 버즈 아이 뷰 앵글을 활용해 압도적인 이미지로 구현해 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