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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석주 영화평론가 Dec 08. 2019

[명작으로 알아보는 영화 언어] ‘핸드헬드 쇼트’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거나 강력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영화를 선정하여 그 영화의 명장면을 분석합니다. 대중에게 친숙한 영화의 장면 분석을 통해 간단한 영화 언어를 습득할 수 있다면, 콘텐츠를 소비하는 관객들에게 영화를 조금 더 분석적으로 관람할 수 있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입니다.

핸드헬드 쇼트(handheld shot)란 카메라를 삼각대 등에 고정시키지 않고, 손으로 직접 들고 흔들면서 촬영한 장면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고정 쇼트(fix shot)의 반대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정 쇼트는 카메라를 삼각대와 같은 지지대에 고정시킨 후 피사체를 포착하기 때문에 대체로 정적인 느낌을, 반대로 핸드헬드 쇼트는 카메라를 손으로 들고 촬영하기 때문에 동적인 느낌을 줍니다. 그러니까 똑같은 상황이라도 고정 쇼트로 촬영하느냐, 핸드헬드 쇼트로 촬영하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있습니다.


핸드헬드 쇼트가 미학적인 관점에서 집중적으로 조명받기 시작한 것은 ‘누벨바그’(Nouvelle Vague, ‘새로운 물결’이란 뜻으로 1950~60년대 일어난 프랑스의 영화 운동) 시기였습니다. 이 시기에 탄생한 프랑수아 트뤼포, 클로드 샤브롤, 장 뤽 고다르 등의 감독들은 기존 영화 제작 관습에서 벗어난 파격적인 촬영 기법을 선보였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핸드헬드 촬영입니다.


핸드헬드 쇼트를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현장감’과 ‘사실감’을 표현하는 데 유용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전쟁이나 공포, 다큐멘터리 영화 등에서 관객들에게 생생한 감정을 전달하고, 영화 속 주인공의 입장이 돼 그 세계를 실제로 체험하는 듯한 느낌을 주고자 할 때 쓰입니다.


영화 <400번의 구타> 스틸컷


핸드헬드 쇼트의 가장 대표적인 예는 트뤼포 감독의 <400번의 구타>(1959)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가 바탕이 된 작품입니다. 감독은 엄마와 새아버지 사이에서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방황하는 열네 살 소년 ‘앙트완’의 불안한 심리를 핸드헬드 촬영으로 잡아냅니다. 앙트완의 두렵고 걱정스러운 내면은 흔들리는 카메라와 조응하며 스크린에 더욱 극적으로 발현됩니다.


영화 <밀양> 스틸컷


이창동 감독의 <밀양>(2007) 역시 핸드헬드 쇼트가 인상적인 영화입니다. 아이를 잃은 슬픔을 감당하기 어려워 길바닥에 주저앉아 울음을 우는 어미의 모습을 감독은 핸드헬드로 포착합니다. 특히 신애(전도연)가 울면서 걸어가는 뒷모습을 롱테이크(long take, 1~2분 이상 쇼트가 편집 없이 길게 진행되는 것)의 핸드헬드로 잡아낸 장면은 마치 관객이 신애 뒤에 실제로 서있는 듯한 현장감을 제공합니다.


영화 <파수꾼> 스틸컷


윤성현 감독의 <파수꾼>(2011) 또한 핸드헬드 쇼트가 감각적으로 사용된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남자 고등학교를 무대로 펼쳐지는, 절친했던 세 친구의 우정과 갈등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작품입니다. 감독은 오프닝 장면에서부터 인물들을 핸드헬드 쇼트로 포착합니다, 특히 아웃포커스(out of focus, 대상이 초점이 맞지 않고, 흐려 보이는 상태)의 핸드헬드로 포착된 장면은 인물들의 어두운 미래를 암시하는 효과까지 창출합니다.


앞선 언급처럼 핸드헬드 쇼트는 전쟁 영화에서도 자주 쓰입니다. 특히 삶과 죽음이 혼재하는 전쟁터의 비극적 상황이 핸드헬드 쇼트로 포착되는데, 해당 장면을 바라보는 관객들은 실제로 전쟁터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영화 <덩케르크> 스틸컷


위 사진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덩케르크>(2017)의 한 장면입니다. 감독은 연합군 병사 토미(핀 화이트헤드)가 독일군의 총격을 피해 덩케르크 해변으로 달아나는 장면을 핸드헬드로 잡아냅니다. 적군의 추격을 겨우 따돌린 토미는 이윽고 덩케르크 해변에 도착합니다. 생사가 오가는 아찔한 상황이 핸드헬드 쇼트와 맞물리며 전쟁의 혼돈과 비극은 더욱 사실적으로 묘사됩니다.


영화 <곤지암> 스틸컷
영화 <곤지암> 스틸컷


정범식 감독의 <곤지암>(2017)에서 사용된 핸드헬드 쇼트는 관객에게 그야말로 극도의 공포감을 선사합니다. 특히 극중 ‘곤지암 정신병원’으로 공포체험을 떠난 주인공들이 귀신을 마주하는 장면이 핸드헬드로 촬영됐는데, 시점 쇼트(point of view shot, 인물의 시점으로 포착된 장면)와 함께 사용돼 관객이 실제로 귀신을 바라보는 듯한 공포감을 불러일으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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