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거나 강력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영화를 선정하여 그 영화의 명장면을 분석합니다. 대중에게 친숙한 영화의 장면 분석을 통해 간단한 영화 언어를 습득할 수 있다면, 콘텐츠를 소비하는 관객들에게 영화를 조금 더 분석적으로 관람할 수 있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입니다.
아무리 패션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특별한 날에는 옷에 신경 쓰기 마련입니다. 이때 우리는 상의와 하의, 양말과 신발 등 옷의 ‘매치’(match)를 생각합니다. ‘조화’ ‘어울림’ 등의 단어로 번역할 수 있는 매치는 영화에서도 상당히 중요합니다.
바로 장면과 장면의 ‘조화’를 뜻하는 ‘매치 쇼트’(match shots)인데요. 도식적으로 말하자면, 선행하는 장면과 후행하는 장면은 유기적인 상관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가령 ‘장면A-장면B’가 ‘원인-결과’ 관계를 갖거나 장면A와 장면B가 만나 새로운 의미를 도출하는 방식의 장면 전환을 말합니다.
데이비드 파킨슨은 책 『영화를 뒤바꾼 아이디어 100』에서 “매치 쇼트는 인물의 시선에서 본 장면을 이어서 제시해 시공간적인 연속성을 보장한다. 매치 쇼트는 거의 눈에 띄지 않지만, 비가시편집의 핵심”이라고 설명합니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이창>(1954)의 한 장면입니다. 사진작가 ‘제프’(제임스 스튜어트)는 카레이싱 촬영 도중 다리를 다쳐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무료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제프는 카메라로 이웃의 일상을 훔쳐보기 시작합니다. 제프가 카메라를 드는 모습(장면1) 직후 바로 제프의 망원경에 담긴 이웃의 모습(장면2)이 이어집니다. 가장 기본적인 의미의 매치 쇼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데이비드가 책에서 든 예처럼 매치 쇼트는 ‘은유적인 목적’으로도 사용됩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원숭이가 던진 뼈다귀(장면3)가 공중으로 날아가면서 우주선(장면4)으로 바뀌는 장면입니다.
이에 대해 데이비드는 “선사시대의 뼈가 궤도를 도는 우주선으로 바뀌면서 수백만 년에 걸친 인간의 진화를 상징한다”고 말합니다. 감독은 이러한 매치 쇼트를 통해 시공간의 무한한 확장성과 연속성을 보여줍니다.
은유적인 목적에서의 매치 쇼트는 최동훈 감독의 <전우치>(2009)에서도 드러납니다. 달아나는 요괴를 향해 ‘전우치’(강동원)가 화살을 쏩니다(장면5). 그러나 전우치의 화살은 요괴가 아닌 ‘화담’(김윤석)에게로 향합니다(장면6). 그러니까 요괴를 명중시켰어야 할 화살이 애꿎은 화담에게로 간 것이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결국 화담 역시 요괴임이 드러납니다. 그러니까 이 영화의 메인 플롯은 전우치와 화담의 대결입니다. 감독은 영화 초반부에 위와 같은 의미심장한 매치 쇼트로 둘의 대결 구도를 미리 암시합니다.
논문 「영상미디어에서 매치 컷을 통한 시·공간 표현 연구」의 저자 임용섭 역시 매치 쇼트의 다양하고 복잡한 의미 작용을 역설합니다. 그는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2015)의 한 장면을 예로 듭니다.
영화에서 ‘서도철’(황정민) 형사의 부인 ‘주연’(진경)은 ‘최상무’(유해진)로부터 뇌물성 돈 가방을 받습니다. 격분한 주연은 가방을 다시 최상무에게 던지는데(장면7), 그 순간 장면이 전환하면서 가방이 서도철의 서류철로 변합니다(장면8). 이에 대해 저자는 “권력에 대한 불만과 반발, 또는 서도철이 있는 경찰서에 부인이 곧 나타날 것을 암시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처럼 매치 쇼트는 영화의 가장 기본적인 편집 방법이자 ‘편집의 연속성’을 통해 다양한 의미를 발산하는 독특한 영화적 기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