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거나 강력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영화를 선정하여 그 영화의 명장면을 분석합니다. 대중에게 친숙한 영화의 장면 분석을 통해 간단한 영화 언어를 습득할 수 있다면, 콘텐츠를 소비하는 관객들에게 영화를 조금 더 분석적으로 관람할 수 있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입니다.
영화에서 ‘프레임’(frame)은 영상의 물리적인 둘레이자 이미지의 틀로서, 내화면과 외화면을 구분 짓는 역할을 합니다. 이 외에도 프레임은 다양한 의미작용을 하는 시각적 표현 기법으로 사용됩니다.
논문 「시각매체에서의 이차 프레임의 다양한 의미작용 연구」의 저자 김호영은 프레임에 관해 “이미지의 내적 질서를 유지하고 이미지의 내부와 외부를 연결시키며 나아가 작품의 주요 메시지나 형식을 암시하는 역할 등을 담당한다”고 말합니다.
영화에서는 프레임과 함께 ‘이차 프레임’ 또한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이차 프레임이란 문자 그대로 ‘이중 프레임’ ‘프레임 안의 프레임’을 뜻합니다. 즉 ‘스크린’(screen)이 일차 프레임이라면, 스크린 내부에 위치한 여러 가지 ‘사각 모양의 틀’이 바로 이차 프레임입니다. 창문이나 거울, 액자 등의 소품이 영화에서 주로 활용되는 이차 프레임입니다.
저자는 “이차 프레임의 가장 보편적인 기능은 특정 이미지에 대한 시각적 강조 기능”이라며 자크 오몽과, 마르틴 졸리의 논의를 인용합니다. 저자가 정리한 오몽과 졸리의 논의를 규합하면, 결국 이차 프레임은 스크린 안에 있는 이미지의 물리적·심리적 상태를 전면화하는(혹은 반대로 교란하는) 기능을 수행합니다.
이처럼 이차 프레임은 영화 상에서 다양한 미학적 의미를 지닙니다. 특히 저자는 이차 프레임의 ‘서사적 기능’을 강조하는데,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이차 프레임은 ▲단순히 화면 내 서사적 동인(인물 또는 사물)에 대한 시선을 유도하고 ▲영화의 주제나 내용 암시하며 ▲서사의 형식 자체를 가리키기도 합니다.
김도영 감독은 <82년생 김지영>(2019)에서 육아로 인해 경력이 단절된 여성인 ‘지영’(정유미)이 집 근처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보는 모습을 이차 프레임을 통해 묘사합니다. 여기서 카메라는 상점 내부에 위치한 상태로 통유리창(이차 프레임) 너머의 지영을 포착합니다.
인물의 모습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고, 굳이 통유리창이라는 이차 프레임을 경유해 포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기서 통유리창은 저자의 말처럼 “인물의 내면적 삶을 시각화해 보여”주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다시 말해 ‘지영’으로 상징되는, 육아로 인해 자신의 직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여성 일반의 삶을 이러한 이차 프레임을 통해 묘사하고 있는 것이죠.
이창동 감독은 <밀양>(2007)에서 아들을 잃고 황망해하는 ‘신애’(전도연)가 이웃인 ‘종찬’(송강호)의 카센터로 가서 도움을 요청하고자 하는 상황을 이차 프레임을 통해 묘사합니다. 이때 카메라는 신애의 절망적인 상황을 직접 바라보지 않고 카센터 유리문(이차 프레임)을 경유해 바라봅니다.
여기서 카센터 유리문은 신애의 절망적인 상황과 노래를 부르며 흥겨워하는 종찬의 상황을 대비시키는데, 이는 아들을 잃은 어미의 존재론적 상태를 더욱 극적으로 형상화하는 기능을 수행합니다. 이 장면만 봤을 때, 신애는 이차 프레임으로 인해 혼자 ‘어두운 세상’에 갇혀 있는 모습이죠.
이차 프레임은 창이나 문, 거울 말고도 다양한 모양으로 영화의 주제와 인물의 심리 상태를 나타냅니다. 유현목 감독은 <오발탄>(1961)에서 이차 프레임을 통해 인물의 심리 상태는 물론 영화의 서사적 긴장까지 유지하는데, 다양한 격자무늬의 이차 프레임이 그것입니다. 감독은 이를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에서부터 드러내는데, 이는 이차 프레임이 영화의 형식 그 자체로 기능하는 가장 대표적인 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