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석주 영화평론가 Jul 05. 2020

[명작으로 알아보는 영화 언어] ‘컷 어웨이 쇼트’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거나 강력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영화를 선정하여 그 영화의 명장면을 분석합니다. 대중에게 친숙한 영화의 장면 분석을 통해 간단한 영화 언어를 습득할 수 있다면, 콘텐츠를 소비하는 관객들에게 영화를 조금 더 분석적으로 관람할 수 있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컷’(cut)은 두 개의 쇼트를 이어 붙이는 것을 말합니다. 책 『영화사전 : 이론과 비평』의 저자 수잔 헤이워드는 “컷은 영화의 편집 단계에서 편집자에 의해 이뤄진다. 컷은 신이나 시퀀스들 사이에서 한 시간대와 공간에서 다른 시간대와 공간으로의 빠른 전환을 나타내지만, 그 성격에 따라 여러 의미를 가진다”고 말합니다.


‘컷 어웨이 쇼트’(cut away shot)는 컷의 여러 종류 중 하나입니다. 저자는 “컷 어웨이 쇼트는 관객을 주요 행위나 신(혹은 시퀀스)으로부터 옮겨 가게 만드는 쇼트”라고 말합니다. 쉽게 말해 선행하는 쇼트와 후행하는 쇼트 사이에서 일종의 ‘이음매’이자 ‘전환 고리’로서의 역할을 하는 쇼트가 바로 컷 어웨이 쇼트입니다.


변성현 감독, 영화 <불한당 : 나쁜 놈들의 세상> 장면A
변성현 감독, 영화 <불한당 : 나쁜 놈들의 세상> 장면A'
변성현 감독, 영화 <불한당 : 나쁜 놈들의 세상> 장면B
변성현 감독, 영화 <불한당 : 나쁜 놈들의 세상> 장면B'

변성현 감독의 영화 <불한당 : 나쁜 놈들의 세상>(2016)에서 찾아볼 수 있는 컷 어웨이 쇼트입니다. 패기 넘치는 신입 경찰 현수(임시완)는 몸이 아픈 어머니와 살고 있습니다. 어느 날 현수는 상사로부터 마약 조직의 ‘프락치’로 활동할 것을 권유 받습니다. 상사는 이번 일만 잘 넘기면 어머니의 신장을 구해주겠다며 현수를 적극적으로 회유합니다.


이때 상사와 현수의 대화 장면A-A'에서 현수가 아픈 어머니를 바라보는 장면B'으로 전환되는데, 그 사이에 신장 투석기로 보이는 장치(장면B)가 클로즈업으로 삽입됩니다. 장면A'와 장면B'를 연결하며 화면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이 쇼트가 바로 가장 기본적인 의미의 컷 어웨이 쇼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컷 어웨이 쇼트는 ‘인서트 쇼트’(insert shot)로 불리기도 합니다. 두 쇼트는 사실 명확하게 구분하기 애매한 측면이 있는데, 컷 어웨이 쇼트가 장면과 장면의 유기적인 ‘연결’에 방점이 찍혀 있다면, 인서트 쇼트는 주인공의 동작이나 그가 처한 상황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말하자면 컷 어웨이 쇼트는 장면과 장면 사이에서 그것들을 꾸며주고 풍성하게 만드는 효과를 지닙니다.


책 『영화 편집 : 역사, 개념, 용어』의 저자 김형석은 마라토너에 관한 영화로 이 둘의 차이를 설명합니다. 달리는 마라토너를 풀 쇼트로 잡은 후에 그의 땀 흘리는 얼굴을 클로즈업으로 포착한다면 그것은 인서트 쇼트입니다. 하지만 땀 흘리는 얼굴 대신 마라토너를 응원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삽입하면 컷 어웨이 쇼트가 됩니다. 전자가 마라토너와 유관한 쇼트라면 후자는 마라토너와 무관한 쇼트입니다. 하지만 각각 강조와 연결이라는 컷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죠.


이명세 감독,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스틸컷
이명세 감독,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스틸컷

이명세 감독의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에서 박중훈과 안성기가 빗속에서 주먹 다툼을 하는 모습입니다. 이 장면에서 카메라는 박중훈과 안성기가 싸우는 과정에서 그들이 서로의 얼굴을 향해 날리는 주먹을 클로즈업으로 ‘인서트’합니다. 이를 통해 감독은 두 인물의 혈투를 훨씬 더 다이내믹하고 생생하게 표현합니다.


베리 젠킨스 감독, 영화 <문라이트> 스틸컷
베리 젠킨스 감독, 영화 <문라이트> 스틸컷

베리 젠킨스 감독의 영화 <문라이트>(2017)에서도 인상적인 인서트 쇼트가 사용됩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샤이론(트래반트 로즈)은 자신에게 가장 큰 행복과 불행을 안겨준 케빈(안드레 홀랜드)을 10여 년 만에 만나러 갑니다.


샤이론은 차에서 내려 매무새를 단정히 하고 케빈이 운영하는 식당으로 걸어갑니다. 이때 감독은 장면을 분할하지 않고, 롱 테이크(길게 찍기)로 샤이론이 주차장에서 식당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모습을 담습니다. 그리고 샤이론이 식당 문을 여는 순간 출입문에 매달린 작은 종이 클로즈업으로 인서트됩니다. 마치 샤이론과 케빈의 만남을 축복이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죠. 이 쇼트는 샤이론과 케빈이 식당을 나갈 때도 똑같이 반복됩니다.


컷은 음악으로 치자면 일종의 ‘리듬’(rhythm)입니다. 음의 장단과 강약이 일정한 규칙으로 흐를 때, 아름다운 음악이 완성되는 것처럼 쇼트를 어떻게 이어 붙이느냐에 따라 영화의 전반적인 완성도가 판가름 납니다. 감독은 촬영뿐만 아니라 편집에 대한 안목 역시 뛰어나야겠죠?



매거진의 이전글 [명작으로 알아보는 영화 언어] ‘오프닝 시퀀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